어린아이는 함께 가야 할 존재

2015.10.01 15:28:00

최근 일부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운영하고 있다. 실내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대화에 방해를 받아 손님들이 주인에게 항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점잖은 사람들만 온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출입문에서 제지한다.

어린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데는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카페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아이들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얼마 전에 식당에 갔다가 이런 경험을 했다. 교외에 자리한 음식점은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한쪽 칸막이가 있는 곳에 자리를 했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어린아이들의 장난이 심했다. 음식점에서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내심 부모가 말렸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급기야 종업원이 음식을 나르다가 부딪쳐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 그때서야 부모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아이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아이들은 앉아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데 떠드는 소리에 거친 기계 소음까지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어린아이들의 식당 등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손을 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출입 제한은 어른들의 편의 주의적 사고다.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나만 편하겠다는 의식이 작용한 횡포다. 물론 다른 사람들 즉 어른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의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사실 부당한 차별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소란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에게 있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내 아이에게 기를 죽이기 싫다고 공공장소에서도 멋대로 행동하게 둔다. 노키즈존이라는 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은 도덕적 개념이 없는 부모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일부 부모의 무책임 때문에 아예 모든 아이들을 잠재적 문제아로 규정하고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상황이 있자,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성인 고객을 위한 공간과 가족사랑 공간을 만들었다고 치켜세운다. 가족사랑 공간은 아이들과 함께 오는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일반 성인 고객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타협이지 바른 명분은 아니다. 이것이 어린아이에 대한 배려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 이러한 구별은 후에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게 되고, 차츰 사회적 균열을 고착화하게 된다. 이런 것이 전제되면 가족사랑 공간에서는 마구 뛰어놀고 시끄럽게 해도 된다는 묵인이 피어나게 된다. 이것야말로 아주 비교육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함께 생활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그것을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 많다. 과거 우리는 어린아이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유교적 이념 아래에서는 어린이는 어른의 종속물 정도로 여겼다.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한 어른의 분신이었다. 당연히 독립적인 인격과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어른이 양육과 훈육을 하는 수동적 대상으로 인식했다.

다행이 이런 사고방식은 많이 개선됐다. 어린아이는 독립적 인격체로 여긴다. 아동들의 권리를 넓히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그리고 어린이는 어른과 다르고 자기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존재로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의 심리나 행동 특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는 무조건 결과만 강조하는 육아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아이들이 크는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다.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행동 조절이 안 되고,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다보면 결국 어린아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다보니 함께 사는 공간에 출입을 금지하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심하면 폭력과 구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간혹 자기의 생각이 정당하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적 기준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음식점 등에 어린아이 출입을 금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일탈된 권위 의식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갈등 양상이 있는데, 세대 간 갈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아이 출입을 금지하는 생각도 세대 간 갈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빨리 고쳐야 한다.

어린이는 어리다는 이유로 멸시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힘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른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약자일수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어린이야말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존재이다. 어린아이들은 장차 가정을 꾸리고 나가서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다. 그들이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우대해야 한다. 지금 불편하다고 억압을 하거나 차별을 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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