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어떻게 쓸까

2015.10.05 09:47:00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독서와 어울린다는 뜻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가을에 독서를 갔다 붙인 것은 가을이 주는 정서와 연관될 것이다. 가을은 만물이 성장을 다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것이 매년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라고 해도 쓸쓸하고 외롭다. 이 시간에 인간은 더욱 고독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곧 겨울이 오는데 시무룩하게 찬바람만 빈 가슴을 스친다. 이때 책 한 권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삶이 공허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내게 남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 보자. 그냥 읽고 지나치면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는다. 하지만, 감상문을 쓰면 사고와 사색을 할 수 있다. 지식과 감동을 사고하고 사색하여 글로 남기면 풍부한 생활과 건전한 인격을 가꿀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독서 후의 느낌이나 감상을 자신의 생활 및 사고와 결부시켜 비판적인 독서 태도를 가지게 해야 한다.

독서감상문은 보통 읽은 책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쓸 수 있는 글이다. 일종에 수필이다. 흔히 수필은 무형식이 형식이라고 한다. 따라서 독서감상문도 형식적 제약은 없다. 편지 형식으로 쓸 수 있고, 시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책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독서감상문을 안내한다. 독서감상문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러나 다음 내용은 기본적으로 담아야 한다. 가장 먼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남긴다.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친구나 선생님에게 추천을 받은 것인지 그 책을 만났을 때의 상황을 기록한다. 책은 권장 도서 목록을 보고 선택하거니 추천에 의해서 읽는 경우가 많지만, 운명처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즉 독서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책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는 것이 독서감상문의 시작이 된다.

그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저자와 책에 관한 소개도 한다. 저자 소개는 약력을 나열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작품 세계나 지금 읽는 책과 작가의 관계를 집중해서 남긴다. 책에 관한 것은 베스트셀러이라든지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든지 이런 것을 밝힌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 등도 언급하고 특별히 남겨야 것이 있으면 함께 기술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때 서사 문학인 경우는 줄거리가 중심이 된다. 줄거리는 책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줄거리를 쓸 때는 인물의 갈등 관계와 사건 전개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남긴다. 자신의 생각이란 결국 인물의 선택과 갈등에 대한 고찰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신의 현실적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박하고 정직하게 대응하면 된다. 등장인물의 선택은 옳았는지, 동기와 연관 지어 볼 때 등장인물의 행위는 최선이었는지, 자신이 등장인물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는지 등을 생각해 본다. 반면 일반 독서물인 경우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나 특별히 인상 깊은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한다. 이때도 저자의 논점, 생각 등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독서감상문은 책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야기다. 자기 이야기란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이나 감상이 주를 이룬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독서감상문은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평론의 성격을 지니는 창작문이 된다. 감상문 제목 설정부터 자신의 담고 싶은 내용에 맞게 정하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일관되게 글의 내용을 전개한다.

독서감상문 쓰기를 하면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다듬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해의 폭을 넓혀 독단에 빠지기 쉬운 생각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데 효과가 있다. 아울러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여타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성숙한 독자라면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단순히 수용의 단계를 넘어 비판적 사고가 동반되는 표현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책을 읽고도 성장의 디딤돌을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간혹 지나치게 책 내용의 주제에 집착하고 거기에 따른 삶의 교훈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보다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는 글쓰기가 좋다. 글의 주제와 연관되지 않아도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독서감상문은 개인의 정신적 구조의 산물이다. 일종에 글쓰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서보다 어려운 단계일 수 있다. 글을 읽고 요약하는 힘,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충분히 향상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유능한 타자와의 만남이다. 타자와의 소통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삶은 스스로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게으름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행위 역시 내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고찰이다. 복잡하고 다변화 하는 세상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것보다 세계에 대한 나의 생각, 판단을 정리하는 일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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