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봉정암(鳳頂庵)을 오르며

2015.11.19 09:26:00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면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맛보았다. 용대리 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백담사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하여 7시 반부터 걷기 시작했다. 가뭄으로 바닥이 들어난 절 앞 하천엔 돌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소풍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계곡을 따라 숲길을 들어서니 고즈넉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한 준비운동인 기(起)를 생각하며 걸었다. 오른쪽엔 옥빛물웅덩이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옆으로 누워있는 초가지붕만한 깨끗한 화강암 바위가 마음을 멈추게 하였다. 아침 햇살이 조명이 되어 빨간 단풍잎을 더욱 붉게 물들인다. 아내는 단풍잎이 너무 곱다며 나무아래서 포즈를 취한다. 단풍사진은 역시 햇빛의 조명을 받은 반영(反影)이 좋았다. 일행과 함께 쉬면서 담소를 나눴다. 난간으로 길게 철다리를 놓아서 산행하기가 너무 편했다. 두 번째 단계인 승(承)을 느끼며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더니 철 계단이 이어지고 작은 폭포도 눈에 들어왔다. 무릎보호대를 찼지만 돌과 바위가 많아 위험한 곳도 많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올라가다가 잠시 쉬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마치 금강산을 보는 듯 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때 물웅덩이에 낙엽이 소용돌이처럼 떠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다. 계곡엔 크고 작은 바위가 너무 많았지만 개울바닥이 온통화강암으로 깔려서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너무 좋겠다며 아내는 손주들 생각을 하였다. 물가 암반에 앉아서 쉬는 등산객을 보면 신선이 된 듯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김밥과 간식을 먹으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람쥐들이 등산객들 가까이 다가와서 먹을 것을 달라는 듯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았다. 초콜릿조각을 던져주니 앞발로 집어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점점 경사가 급해지더니 3단 폭포가 가뭄으로 물줄기가 약했지만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는 듯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단풍도 계속 이어져 너무 깨끗한 물과 기암괴석, 소나무, 파란하늘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었다. 맑은 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에 묻혀서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려오는 등산객이 가파른 고갯길이 나온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3단계인 전(轉)이 코앞에 다가왔다. 어느 할머니는 내려오면서 그 고개를 생각하면 욕만 나온다고 하시며 힘들었다는 말씀을 전해 주었다. 대부분 큰 바위사이로 엉금엉금 기어올라야 했다. 가장 위험한 코스라서 자주 쉬어가며 올랐다. 바위에 앉아보니 양옆으로 기암절벽이 예술작품 같았다. 금방 바위덩어리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산하는 등산객과 교행을 하면서 모두가 힘들다고 한마디씩 한다. 이 길을 내신분이 대청봉아래 자리 잡은 봉정암을 찾아 부처님을 친견하려면 힘든 고비를 인내심으로 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는 듯했다. 봉정암은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실 곳을 찾아 봉황을 따라왔는데 부처님모습을 한 바위의 정수리부분에서 사라졌다하여 봉정암(鳳頂庵)이라는 유래가 전해진다.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의 한곳으로 사리탑과 암자가 있다. 단풍이 물든 사이로 대웅전을 신축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목적지에 도착한 기쁨과 함께 결(結)을 느끼며 봉정암에 여장(旅裝)을 풀었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