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그기, 50년 전과 비교하여 보니

2015.11.30 09:48:00

토요일인 어제 오후 우리집 김장 담그기가 끝났다. 오후 3시부터 장보기를 시작하여 밤 10시에 모든 것을 끝마쳤다. 속전속결이다. 주부들의 커다란 부담을 우리집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끝냈을까? 필자와 누님의 도움도 있었지만 결혼 경력 25년차 아내의 노하우 덕분이다.

요즘 장보기에서의 남편의 역할, 아내가 장을 보면 카트를 담당하여 운반을 맡는다. 농협 마트에서 장을 본 목록을 보니 절임배추(10kg*3통), 무, 쪽파, 미나리, 갓, 생강, 청각, 굴, 생새우, 새우젓, 멸치액젓, 배, 찹쌀 등이다. 자가용 트렁크와 뒷좌석에 실을 분량이다. 소금과 고춧가루는 집에 남아 있는 것을 사용하였다.

우리집에서 김장을 담글 때 남편의 역할은 어느 덧 고정되어 있다. 마늘까기, 쪽파 다듬기, 무 채썰기, 배추 속 만들 때 재료 붓기 등이다. 배추 20포기 정도를 사서 절일 때는 절인 배추 나르기를 했다. 나머지는 아내의 몫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김장 담그기에 누님이 동참하여 일손을 도왔다.


문득 50년 전 우리집 김장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1960년대 중반 평범한 동네의 단독 주택 서민들의 김장 담그기다. 제일 먼저하는 것은 배추 구입,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소마차를 인도하는 것이다. 그 당시 대부분의 집은 김장의 규모가 배추 200∼300포기 정도였으니 소마차 한 대 분량인 것이다. 우리집 식구는 부모와 자식 합쳐 모두 8명이었다.

지금은 집안 행사로 부부가 힘을 합쳐 김장을 담그지만 그 당시, 김장 담그기는 동네 잔치였다. 일종의 품앗이인데 이웃끼리 돌아가면서 일손을 도와 김장을 담그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장 담그는 날짜도 중복되지 않게 정한다. 김장 총 감독은 연세 지긋한 분이 맡고 집 주인은 재료 제공과 일하는 분들의 점심 대접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 당시는 담그는 김치의 종류도 다양했다. 지금은 배추 김치 한 종류에 불과하지만 배추김치 이외에 총각김치, 동치미, 보쌈김치, 파김치 등을 담갔다. 겨우 내내 영양분 공급원인 김장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식구들 입맛에 맞추려는 주부의 세심한 배려였던 것이다.


지금은 값이 비싼 절임배추(10kg 19,500원)를 사용하여 소금에 절이는 시간을 줄이고 있지만 그 당시엔 절임김치 판매가 없었다. 최소한 하루 전부터 배추를 소금에 절여 김장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비용을 아끼거나 시간 여유가 있는 주부는 배추 절이기부터 김장을 시작한다.

김장 후 김치는 어디에 보관할까? 바로 항아리다. 앞마당 화단을 파고 항아리를 묻는다. 그 속에다 김치를 넣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의 김치냉장고 구실을 하는 것이다. 땅속 항아리는 자연을 이용한 천연냉장고이다. 김장 하고 남은 배추나 무도 땅속 웅덩이에 보관한다.

우리집 김장의 양도 예년에 비해 줄어 들었다. 겨울김치가 다 떨어지면 새김치를 담그려는 것이다. 농사기술과 저장시설이 좋아 사시사철 배추를 구입할 수 있으니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김치를 담글 수 있기 때문이다. 햇김치는 묵은김치와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엔 절임배추 외에 배추 속에 들어갈 속 재료를 버무려서 팔기도 한다. 그러니까 절임배추와 이 재료를 구입해서 속만 넣으면 김장이 되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편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라도 김장을 담그면 다행이다. 맞벌이를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김장을 담그지 않고 김치를 사다 먹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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