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짧아져가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출근하기는 어렵다.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그래도 참을 수 있는 것은 그 동안의 어려움에 대한 단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방학이 다가오면 더욱 힘들다. 이중삼중고에 시달린다.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날씨는 추워진다. 성적처리와 생기부 기록 등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거기에다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내어야 하겠다.
오늘 아침에 “살림살이 어렵다면서 ‘교육감 예산’은 팍팍”는 기사를 읽었다. 어이가 없다.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퍼주기 “일반학교만 피해, 상대적 박탈감”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 ‘편향성 예산’도 줄줄이 올렸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어디에 예산을 투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얼마 전 학교에 식당이 없어 교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학교에 강당이 없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는 학교도 있다. 곧 무너질 듯한 학교도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학생들의 행복을 생각하고, 선생님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예산을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개선에 우선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등에 대한 예산을 투자한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둑을 둘 때 우선순위가 틀리면 필패하고 만다.
옛날 IMF가 왔을 때 교육청에서 근무를 했는데 모든 옛날은 모두가 스톱이었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 꼭 필요한 예산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도 교육은 잘 돌아갔다.
IMF정신으로 돌아가서 모든 운영을 모두 멈추고 교육환경 개선에 최우선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학생들은 행복한 학생들이 될 수 있고 선생님도 행복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다. 한 학교에라도 식당을 짓고 강당을 짓고 위험한 교실을 보수하고 꼭 필요한 곳에 먼저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예산에 혁신학교 운영이니, 혁신교육지구 운영이니, 마을결합형학교 운영이니, 마을기반형 교육복지 협력사업이니, 오디세이학교 운영이니,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운영 지원이니 하는 것은 정말 배부른 소리다.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가슴이 답답하다.
교육청에 예산을 많이 배정받은 것은 다행이다. 그렇다고 그 예산을 아무데나 사용하면 안 된다. 혁신 운운한다고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아직 이런 곳에 예산을 투자할 때가 아니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