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국정 처리 원리가 그리워진다

2025.02.05 22:50:22

지도자는 수불석권의 삶을 하여야 국민이 행복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태평성세를 이끌었던 큰 어른의 가르침은 없는가 호기심을 갖게 된다. 600년 전 조선왕조의 세종시대로부터 오늘의 민주공화국이 처한 난제 해결의 힌트를 찾겠다는 것은 다소 엉뚱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 건국 후 불과 6년 만에 태어나 22세에 왕위에 오른 세종에게 부과된 역사적 임무가 1000년을 지탱할 국가사직의 새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었다면, 이는 해방 80년을 맞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과 성격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의 한국이 처한 난국을 돌파하는 데 세종시대가 시사하는 타개책은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올해는 해방 80년, 외부의 국제적 영향력에 의하여 국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국내외 정치적 역학관계는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이 당면한 국가적 과제는 첫째로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는 합리적 국가운영 과정의 확립, 둘째로는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통합, 셋째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동하는 국제환경에서 나라의 안보와 경쟁력을 유지해 가며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역사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끈 지도자는 누구인가를 찾는다면 단연 세종이다. 세종이 강조한 국정운영의 두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첫째 원칙은 백성, 즉 국민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다는 것이다. 세종은 백성의 삶을 챙기고 보듬는 일에 충실한 ‘보살핌의 정치’를 실천했다. 둘째 원칙은 이렇듯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려면 확고하고 효율적인 국가운영 체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는 기틀은 공정한 법의 제정과 엄격한 집행에 있다. 이를 위해 세종이 시작한 법전 편찬사업은 성종에 이르러 ‘경국대전’으로 완성되었다. 국가의 통치는 법치임을 보여준 것이다. ‘법전국가’의 건설은 민심에 합치하는, 따라서 국민이 믿고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데 지도자의 세심한 노력이 경주되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세종의 공법, 즉 세법개혁 과정에서 그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세종 9년에서 23년까지 무려 14년에 걸친 세제개혁 과정은 17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등 수많은 검증과 보완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통치 과정의 업적은 32년이란 세종의 재위기간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 세종시대의 큰 업적인 훈민정음 창제, 아악 정비 등 문화예술 진흥,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발전 등은 모두가 오늘의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미래를 설계하려면 우선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자명한 이치에 따라 고려 인종은 김부식으로 하여금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삼국사기’를 완성시켰으며,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자마자 ‘고려사’ 편찬을 시작해 세종 때에 이르러 완성시켰다. 그러나 왕조사보다는 문명사로 쓰임이 타당한 조선왕조사는 왕조실록과 같은 방대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공부한 경험을 가진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근래 한국 정치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으로 부상된 인재 등용과 관리의 차원에서 세종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처방을 남겨 주었다. 인재가 바로 나라의 보배라는 것, 따라서 인사행정이 성공적 국가운영의 열쇠라는 것을 세종은 간파하고 있었다. 어느 시대인들 인재가 없을 수는 없기에 오직 몰라서 못 쓴다는 세종의 판단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하며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인재경영의 제도화에 지도자가 상당한 투자를 해야 된다. 


집현전이란 제도와 조직은 지금도 본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집현전 학사들과의 담론을 통해 지도자는 국가의 나아갈 길을 찾고 이를 운영할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나라를 통치하고자 하는 지도자는 국가 지성인들의 힘을 모아 국가운영의 기초를 재정립한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세종이 남긴 큰 정치의 전통을 이어받는다면 역사에 남는 정치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 위치에 오른 자들은 끊임없이 수불석권 하지 않으면 그 화를 국민이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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