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관광학과 MT 참가기

2016.03.30 09:11:00

MT는 Membership Training의 약자이다. 아마도 성인들이라면 학창 시절 MT에 참가했던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MT란 “대학과 사회인을 포함한 각종 모임에서 구성원들끼리 구성원 간의 인지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구성원이 자주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곳으로 몇 박 몇 일 단위로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의 그릇된 모습이 SNS에 탑재되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행하는 그릇된 문화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막걸리에 각종 오물을 넣어 신입생에게 끼얹거나 막걸리를 머리에 부는 세례식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버려야 할 구태요 악습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것들이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내가 속해 있는 방송통신대학교 경기지역대학 관광학과 1박2일 MT에 참가한 적이 있다. 참가 대상은 재학생과 졸업한 동문이다. 학년 별로 10여 명 정도로 총 50여명이 참가했는데 동문들이 무려 15명이나 참가했다. 동문선배들 참가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MT의 좋지 않은 이미지 하나.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나는 것. 물론 과거의 이야기다. 그래서 누군가는 MT가 '마시고 토하고'의 약자라는 농담도 한다. 성인들이야 술에 단련이 되었지만은 고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의 경우, 과음하여 죽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선배들의 강압에 의해 사발주, 폭탄주를 마시다가 귀중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이 뿐인가? 못난이 선배들은 선배로서 기강을 확립한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주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선배들이 내세울 것이 없으면 먼저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후배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는가? 이것이 자칭 지성인 집단이라는 대학인의 자세란 말인가? 혹시 본인이 선배로부터 이런 악습을 받았다면 당연히 끊어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얼마 전 내가 참가했던 MT의 과정을 살펴본다. 참가자는 희망자에 한한다. 강제가 아니다. 참가비 5만원을 내야 하므로 강제할 수 없다. 이천에 위치한 MT 장소까지의 이동도 각자 하는데 대개 학년별 학우들끼리 동승을 한다. 첫날 오전 11시가 집합시각이다. 수련원 식당에서 제1일 점심과 저녁, 제2일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일정한 프로그램 없이 고기 구워 먹으면서 술타령하는 것. 그래서 1학년 대표에게 일정과 프로그램을 주문했던 것이다. 다행이 무분별한 술문화는 없었다. 술은 준비되었으나 이와 함께 음료수, 과일 등이 있었다.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음주는 본인의 결정과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MT 프로그램을 보니 이처럼 건전할 수 없다. 제1일 오후 프로그램은 마치 명랑 운동회 또는 중․고등학교 체육대회 같다. 일반 상식을 다루는 ‘O × 게임’ ‘청백 단체 줄넘기’ ‘발야구’ '이어달리기'로 구성되어 있다. 체력과 기술, 지력을 요하는 종목이다. 이러한 운동 경기를 웃음 속에서 진행하고 구성원들 간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저녁 식사 후에는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가 열렸다. 촛불을 옆사람에게 전해주면서 자기 소원도 빌고 ‘관광학과 파이팅’이라는 글자 점화를 하였다. 모닥불을 태우면서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도 올려보았다. 다시 실내에서 이루어진 ‘신나는 엠티 빙고 게임’ 나누어 준 종이는 10장이다. 모두 열 번의 당첨 기회가 주어지는데 주최 측에서 상품을 준비하여 게임 참가 열의가 높다. 빙고 게임 두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동문 선배들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다.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을 질문하니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지한 조언이 이어진다. 이어진 장기자랑과 노래 시간. 노래방 기기가 준비되어 노래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다. 이제 늦은 시간이라 자율적으로 숙소에 가서 취침할 수 있다. MT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니 지성인 집단답다.

이번 MT의 특징을 살펴본다. 첫째 재학생과 동문선배들의 어울림. 둘째, 건전한 레크리에이션 문화. 셋째, 자율을 바탕으로 한 능동적인 참가. 넷째, 학과 임원진들의 준비와 노력의 결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학생활의 문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 악습은 과감히 없애고 개선할 점은 지체 없이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발전하는 조직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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