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월공원 텃밭으로 매일 출근합니다

2016.06.01 09:08:00

요즘 일과 하나가 늘었다. 바로 도시농부로서 일월공원 텃밭으로 출근하는 것. 그 곳에는 도시농부들이 가꾸는 농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난 4월에 우리 부부가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그 농작물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곳 방문은 도시농부가 아니라도 좋다. 일월저수지 산책객들은 일부러라도 이곳을 한 번 들린다. 자라고 있는 농작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 농사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 곳 도시 농부들의 실력 격차는 매우 크다. 농사 경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보자도 많다.

경력자는 역시 다르다. 농작물 선정에서부터 밭 일구기, 퇴비주기, 물주기 등이 능수능란하다. 초보자들은 농사 시기를 놓치고 시행착오를 한다. 실패 후 땅을 갈아 엎고 다른 농작물을 심는다. 바로 얼마 전에 고구마 줄기를 심은 텃밭도 보인다. 어느 도시 농부는 잡초 제거를 하지 않아 농작물보다 잡초가 더 많다.




어제는 저녁 식사 후 공원텃밭을 찾았다. 밤이지만 농작물에 물을 주는 도시농부들이 보인다. 나도 토마토를 관찰하고 노끈으로 기둥에 줄기를 고정시켰다. 마침 지나가던 아주머니 두 분이 말을 건넨다. 이들도 도시농부여서 관심이 많다고 보았다. 이들은 과장법도 즐겨 쓴다.

“사법고시 합격보다 어려운 도시텃밭 당첨 되셨네요.”를 시작으로 “토마토 열매를 따면 한 바구니는 되겠네요.” “어디 사세요?” 등 질문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이들도 우리 아파트 주민이다. 다만 서로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한 분은 도시농부의 애환을 들려준다.




작년 어느 날. 하루 전날 미리 보아 둔 잘 자라 준 가지를 따려고 가지를 따려고 가위를 들고 나갔더니 가지열매가 사라졌다는 것. 누군가 가지 열매를 따 간 것이다. 한 마디로 절도를 당한 것이다. 그 당시 심정을 이야기 하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 농작물을 도난 당한 농부의 심정을 알고도 남겠다.

그 녀는 나에게 조언도 해 준다. 두 평 남짓한 내 텃밭을 보더니 토마토를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심었어야 했는데 왜 이렇게 심었냐고 한다. 이렇게 길 가장자리 열매가 눈에 보이면 지나가는 사람의 손을 탄다는 것이다. 초보 도시농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경험자는 자기가 가꾼 농작물 보호 방법도 이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농삿법에 대한 정보도 주고받는다. 고구마 순을 심을 때에는 수직으로 심으면 아니 된다. 그러면 고구마가 수직으로 내려 앉아 굵은 고구마가 열린다. 상푼의 고구마는 가늘고 기다란 것이다. 그래야 요리에 편하고 먹기에도 좋다. 잘 모르는 사람은 굵은 고구마를 가꾸면 잘 가꾼 줄 아는데 그것은 상품(上品)이 아니다.

이 일월공원 텃밭에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꾸는 텃밭도 있다. 여기서 어린이들은 농작물을 가꾸면서 흙의 소중함을 배운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도 여기서 딸기꽃의 색깔이 흰색과 붉은색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여기에는 벼 자람을 관찰하게 하는 논도 있다. 맨 처음에 물이 괸 것을 보고 배수를 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알고 보니 논을 만든 것이다. 도시에서 사는 어린이는 벼를 보고 쌀나무라 하는데 이 공원에서 모내기와 추수를 하는 어린이는 쌀이 어떻게 나와 우리 밥상에 오르는지 제대로 알 것이다.

도시농부에게 있어서 공원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것은 소중한 체험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에게도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삶을 배운다. 자연의 섭리를 익힌다. 협동심도 키우고 이웃 간에 대화도 시작된다. 도시농부의 공원텃밭 가꾸기, 얻는 것이 많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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