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의 선생님

2016.07.20 09:30:00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미래가 밝아보인다.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다니면서 길을 건널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파트 안의 길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보였다. '안녕'하고 손을 흔드니 애들이 아저씨 안녕, 하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보였다. 우리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어린 새싹들을 보니 장래가 반짝 빛나는 태양과 같았다.

방학 중 선생님들에게 목민심서를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 선생님들이 지켜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마음가짐 등 온갖 내용이 다 나온다. 오늘은 4. 문보(文報 : 완벽한 공문서 처리)의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학교선생님들에게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잡무다. 교육청에 공문 보고하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업무다. 이들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인도하는 역할에 큰 장애물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업무가 갈수록 줄어들어야 하는데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선생님의 고유업무인 교육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나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교육청의 업무보고를 할 바에야 문보의 선생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벽한 공문서 처리를 하는 선생님을 문보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공문은 기일 안에 보고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목민심서에 "공문이 기한을 넘겨 늦어지면 상사의 독촉과 문책을 받게 되니 이것은 나라와 사회를 위하여 이바지 하는 길이 아니다."

기일 안에 공문을 처리하는 것은 옛날에도 엄중했다. 독촉을 받게 되고 나아가서는 문책까지 받게 되었으니 지금보다 더 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 교감은 언제나 보고공문에 대해서는 보고 기일을 기억해서 선생님이 잊어버릴 때 날짜를 넘기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할 것이다.

보고 공문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것을 본인이 직접하는 것이 좋다. 자찬(自撰) 이라, 자신이 글을 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한 보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수로 인해 이미지 손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목민심서에서도 "공문서의 문안은 마땅히 정밀하게 생각하여 자신이 직접 지을 것이며 아전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문보의 선생님을 최고의 선생님으로 여기면 안 된다. 문보의 선생님을 중요시하여 학생들의 가르침에 소홀히 한다면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일이 제일 중요시되어야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 이끄는 일 다음에 업무처리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은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문보는 모든 업무 중의 한 부분일 뿐이다.

교장, 교감선생님 중 문보를 가지고 선생님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 이런 관리자는 선생님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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