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아, 넌 참 대단하구나! 조남호 선생님을 멘토로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공부가 무엇인가를 고민하여 본 경험이 있는데 그런 자세로 공부를 대한다면 넌 방향을 잘 잡은 것 같구나. 중학교에 입학하여 1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난 느낌이 어떠하였는지 궁금하구나. 인간은 누구나 새로운 공부를 하면 참 머릿속에 안 들어온다. 요즘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정말 재미가 있니? 지금은 성인이 되어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전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때도 그쪽은 공부를 안 했거든요. 저는 문과였으니까. 그래도 왜 그렇게 이과 공부를 싫어했나 모르겠어요. 물리, 수학, 이런 공부 정말 싫어했거든요? 특히 수학 공부 정말 싫어했는데, 내가 왜 그렇게 수학을 싫어했을까 생각을 해봤더니 선천적으로 못했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저는 그쪽 공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인 거예요. 근데 문과 쪽 공부는 아마 평균보다 빨리 이해했던 것 같아요. 글을 읽거나 시를 읽을 때 뜻을 이해하고 토론하는 건 머리가 잘 돌아갔거든요.
반면에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건 이해하는 데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요즘 공부를 해보니까 오랫동안 책을 읽고 애를 쓰다 보면 결국은 이해를 하더라는 거죠.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요. 근데 고등학교 때 그 공부를 포기한 이유는 내가 이해하기 전에 너무 빨리 이해하라고 재촉하거나 아니면 이해해야 하는 시한을 정해놓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번 시간에 배운 거는 다음 시간까지 이해해야 하고 중간고사 때까지는 완벽히 익혀서 시험 본다.” 그러고 시험을 본 거 아니에요? 어떻게 됐을까요? 당연히 난 이해를 못했으니까 시험 점수가 잘 나올리가 없고 그렇게 시험에 몇 번 실패하고 야단맞고 이러다 보니까 아, 이건 나랑 맞지 않는가 보다 하고 포기했던 거죠. 그게 학교 다닐 때 공부였던 것 같아요.'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른데, 그런 시한을 학교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이게 학교 공부의 특성이 아닐까? 그럼, 학교 밖 공부는 어떨까? 요즘에 혼자서 물리학, 수학 공부를 하는데 왜 재밌게 하는 줄 아는지? 아무도 시험 안 봐요. 아무도 평가 안 해요. 그리고 언제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너 바보라고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편하다. 이해될 때까지 읽고 물어보고 시험은 나 스스로 완벽히 이해했을 때 이미 100점 맞은 거 아니겠는가? '
혹시 학교 다닐 때 공부에 굉장히 짓눌려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제 네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면서 좋은 공부방법을 찾아 실천하면 이번 학기야말로 좋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부를 겁내지 말고 접근하자.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 "저 어릴 때 공부 못했어요." 라고 말하지 않도록 노력하여 보는 것이다. 깨달을 때까지 하는 게 공부다. 이제 제대로 된 공부를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니? 깨달음을 향한 나를 위한 공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최고의 것이 아닌가. 네가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진짜 공부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