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과 기강이 바로 서는 교육

2006.02.01 09:00:00

손충기 | 원광대 교수·교육학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교육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세계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변화에 맞춰 습관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 구태를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말만의 개선과 개혁은 뒤쳐지고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교육의 원칙과 규율과 기강이다. 교육에서의 원칙과 규율과 기강은 제2세들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면서 동시에 덕목을 가르치는 방법적 원리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교육에서 원칙과 규율과 기강이 어떻게 지켜지고 무너지는가를 보고 배운다.

수능시험 장소에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매체를 소지하는 경우 처벌하기로 했으면 법대로 처벌되어야 한다. 사전에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하여 소지하지 말 것을 홍보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규정을 지켰는데, 몇 학생이 규정을 어겼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구제방안이 논의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나 정치권에서 법의 융통적인 운영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거기에 교육의 원칙이 휘둘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립주체와 관계없이 학교가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는 경우 법에 의하여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법을 새로 만들어 교육주체들 간 갈등을 조장할 이유가 없다. 법과 원칙이 없어서 일부 사학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가 교육에 우선한다는 반 교육전문가적 행태의 소산이다. 학교와 교육을 정치인들이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자정력을 키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교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법과 원칙이 세워졌으면, 이를 어긴 경우 법대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법과 원칙은 잘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법과 원칙에 없는 행동을 하는 교사가 오히려 이득을 얻고 큰소리치는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손해 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이 이러한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 우리 교육에, 교사에게 권위는 있는가?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 들락거리는 학생 등 교육상황은 혼란스럽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대하는 행태도 존중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다. 교원의 정년을 단축시키더니, 일부 촌지 교사문제를 전 교단의 문제로 매도하는가 하면, 체벌을 추방한다는 미명하에 교사가 학생의 잘 못을 보고도 외면하거나 눈 감게 만들고 말았다.

무능력하고 반교육적 행위를 하는 교원이 있다면 법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하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교단에 불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원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결국 교원들의 사기와 권위만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고 실시하자는 것이다. 지구상에 모든 초등학교, 모든 중․고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획일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어디 있는가?

학교장 공모제는 또 어떤가? 학교 운영은 공장 운영이나 회사경영과는 매우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인간관계의 상․하, 좌․우의 위계와 연계와 협업이 어느 조직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학교다. 교육의 산출은 제품생산이나 판매고와 같이 수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인적인 인간을 형성시켜 내는 학교라는 도량은 학생들의 성적 점수로만 서열이 매겨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학교장의 리더십도 몇 가지 준거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세계에서 평생을 몸 바친 교원들을 제쳐두고 엉뚱한 인사가 교장으로 초빙되면 누가 교직에 정열을 불태우고자 할까?

학교가 사교육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으로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원 법정 정원을 확보하고, 교원들로 하여금 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연후에 사교육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별도의 교원을 충원하여 학교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2006년은 무너진 교육의 기강과 규율이 바로 서고, 추락한 교원의 사기와 권위가 회복되는 그런 해로 만들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행위준칙이 지켜져야 우리 교육에 미래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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