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서 수석교사로, 새로운 승진개념 필요

2003.10.02 10:56:00

노종희 한양대 교수 교총 토론회서 주장


전통적으로 승진은 관리직 책임을 맡는 것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교사로서의 승진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사가 교감으로, 그리고 교감이 교장으로 직위가 상승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가르치는 일’에서 벗어나 ‘관리하는 일’로의 전향을 의미한다. 그러나 교직의 전문직적 특성에 비추어 보면, 교사가 관리직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고 해서 전문직 종사자인 교사로서 반드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법규적으로 이를 승진으로 규정하고 있고 또 거의 모든 교사들이 이 길로 들어서기 위해 점수 따기에 온 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전문직으로서의 교직의 위치를 확립하고, 교사들의 전문성 심화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승진제도가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조직이 여타 조직과 다른 전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적합하게 승진개념도 새로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원 승진제도의 개선방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강구되어야 하는 바, 하나는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유도하는 방향에서 평교사 승진체계가 새로이 도입되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현행의 관리직 승진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자격·승진체계의 이원화(교사직 + 관리직)=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2조에 의하면, 교사 승진은 1급 정교사→교감, 교감→교장으로 직위가 상승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규정에서는 2급 정교사→1급 정교사로 상승 이동하는 것을 승진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교직의 전문직적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평교사에서 교감으로 이동하는 것을 승진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전직 개념으로 보아야 타당하다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한편 2급 정교사→1급 정교사로 이동하는 것은 자격상승이며 동시에 교직의 특성상 평교사로서의 승진으로 보아야 한다. 이 개념적 연장선 위에서 평교사의 자격·승진체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현행 교원 자격체계가 2급 정교사에서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면 곧바로 관리직인 교감자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 평교사 직위 내에서도 승진 욕구를 자극하여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현행 자격 및 승진체계를 다단계화 하는 획기적인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교원 자격체계를 교사직과 관리직 자격체계로 이원화하여, 평교사 자격·승진체계를 2급정교사→1급정교사→선임교사→수석교사로 단계화하자는 것이다. 상위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5∼7년을 기준으로 하여 해당 자격연수를 이수하도록 한다. 다만 이들 자격단계는 교사자격의 상·하위 단계를 나타내는 것일 뿐, 학교조직내의 상·하위 계층(급)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둔다.

한편, 관리직 자격체계는 현행의 교감, 교장 자격을 유지하되, 위의 교사직 자격과는 별개로 분리시킨다. 이렇게 되는 경우 교감, 교장은 교사직의 상위 자격이 아니며 동시에 교감, 교장이 되는 것이 교사로서의 승진도 아닌 것이다. 종래에 논의되었던 선임교사와 교감, 수석교사와 교장을
연계시켰던 방식 등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교감·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단계의 교사직 자격이 요구되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몇 년의 교사 경력과 어떠한 관리 능력이 요구되느냐의 문제로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교사자격·승진체계 이원화와 공모제에 의한 교장임용방식을 묶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사직> 2급정교사→1급정교사→선임교사→수석교사
<관리직> (현 행) 교사→교감→교장
(공모제) '교감: 교사직→교감
'교장: 교사직·교감(또는 교장)→교장

▲새로운 개념의 수석교사제 도입 및 임상장학사로의 활용=최근까지 정부에서 수석교사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한 바 있으나 일부 교원단체간의 입장 차이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시행이 보류되었으나 이는 교직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20년이 넘도록 수석교사제가 제도화되지 못한 배경을 되새겨보면, 이 시점에서는 수석교사를 교사자격의 한 단계로 간주하는 소박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수석교사를 일정 수의 정원으로 묶어 두기보다는 해당 조건을 갖춘 모든 교사에게 자격으로 부여하고, 별도의 보상을 주기보다는 자격 취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보수에 반영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석교사에게 별도의 고정된 역할을 법적으로 부여하기보다는 학교의 형편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도록 한다. 다만 수석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여 '임상장학사'(가칭)를 선발하여, 이들을 통하여 현장의 임상장학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도록 하고, 더 나아가 교육혁신의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임상장학사는 지역교육청 소속으로 임명하되, 몇 개의 학교를 배정 받아 순회하면서 근무하도록 임상장학사의 역할과 복무를 규정함으로써 주로 단위학교에 머물면서 초임교사 지도, 수업참관, 수업 및 현장연구, 수업자료 개발 등 일선학교 교사들을 전문적으로 지도·조언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는 경우 수석교사제 도입과 관련하여 우려되었던 교감·교장과의 갈등 문제, 개별 학교에 몇 명의 수석교사를 배치해야 하느냐 등의 문제도 쉽게 해소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현장교사들을 가까이서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개선하는 진정한 의미의 장학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장 임용방식의 2원화(현행 + 공모제)= 현행 제도와 '공모방식에 의한 개방형 임용제'를 병행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공모방식에 의한 개방형 임용제'는 현행 교육공무원승진규정 등 관련법규에 따르지 않고, 시·도 교육청별로 임용해야 할 소요 인원수의 일정 비율을 공모방식에 의해서
교장으로서의 적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은 최소한의 교사경력(10-15년 정도)만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교장으로의 승진임용을 교감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현행 제도는 교장직의 인재 풀(pool)을 매우 협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현직 교감만이 아니라 교장의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핵심역량과 자질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비록 평교사나 부장교사라 할지라도 교장임용 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폭넓은 인재 풀 속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능력 있는 교장이 선발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장임용 후보자 선발을 위해서 교육청별로 교장선발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되, 위원수의 일정 비율을 각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에 배당하도록 한다. 또한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리자로서의 핵심역량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타당한 도구와 전형방법(다단계 선발, 다면적 종합평가 등)이 치밀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자칫 준비 없이 행정편의주의에 흐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임용후보자로 선발한 후 현행과는 질적으로 차별화된 실무중심의 연수과정을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후보자의 경력과 학력에 따라 연수기간과 프로그램을 결정하되 최대 2년 과정까지 운영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일정 기간(최대 1년)의 인턴과정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일련의 연수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에게 교장 자격증을 수여하고 임용하도록 한다.

현행의 교장 중임제는 폐지하되, 임기 종료 전에 새로운 공모에 재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경영평가 결과가 반영되도록 한다. 또한 초빙교장제는 공모제에 흡수되어 자동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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