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과 교육청 관료만이 회원자격을 갖는 학교안전공제회의 폐쇄적 구조를 교원, 학부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개방형 구조로 개편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학생의 등·하교 사고와 위탁급식업체에 의한 학교급식 위생사고를 보상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교총이 15일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보상 등 운영실태와 그 개선 방안을 모색키 위해 연 '학교안전사고관계법의 제정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나왔다.
박인현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시·도 학교안전공제회 회원은 학교장과 교육청 관료만이 될 수 있고, 임원구성도 교육감과 부교육감, 교육행정관료들로 편중되어 있다"며 "기금의 대부분이 국고와 학생들의 회비로 구성되고, 안전사고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교사, 학부모라는 점에서 볼 때 설립목적을 수행키 어렵고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이 같은 폐쇄적 구조에서 "회원자격에 안전사고의 이해 당사자인 교원 및 학생까지 포함하고, 보상심의위원회 등에 교원, 학부모, 전문가 등이 참여토록 하는 별도의 학교안전사고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제회 기금의 상당부분을 국고 등 보조금에 의존하면서도 별다른 수익사업의 수행보다는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소극성과 엄격한 보상제외 규정의 적용을 통해 기금확대를 도모하는 등 사업의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교수가 인용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제회 수입 중 보상비율의 전국평균이 2000년 16.39%, 2001년 13.21%, 2002년 11.84%로 매우 낮다.
박 교수는 특히 "등·하교 사고는 학교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학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고임에도 대부분의 시·도에서 이를 제외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일부지역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위탁업체에 의한 식품위생사고를 보상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학교의 일차적 법적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불합리하다"고 말하고, 학교 등·하교 사고와 식품위생사고를 보상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이밖에 현행 공제회 제도가 갖고 있는 시·도별 보상기준의 차이, 의료기관의 지정, 구상권 행사, 과실상계율의 비현실성 등을 지적하면서 현행 학교안전공제 시스템을 ▲학교안전사고 전문 특수법인 또는 기구의 설립 근거 법 마련 ▲학교내외를 불문한 포괄적 치료와 보상체계
▲보상결정과정에 학부모, 교원의 참여 ▲국가 무과실책임주의에 의한 교원 보호 등을 포함하는 사회보장 법률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 교수가 제기한 현행 학교안전공제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현행 학교안전공제회 문제점
▲폐쇄적인 회원 구조=각 지역의 학교안전공제회 회원 구조는 예외 없이 보통회원과 특별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보통회원은 각급 학교장이 될 수 있고, 특별회원은 교육청 관료들만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편중된 임원의 구성=교육감이나 부교육감이 선출과정 없이 임명되고 있으며 특히 상임이사의 경우는 정관상 아예 지정되거나 추천을 통해 임명되는 교육행정관료들로 구성되고 있다.
▲공제회 보상의 애매한 법적 성격=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산재보상의 경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산재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된다. 그런데 학교의 장이 회원인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사고를 당한 학생이 보상을 받을 경우 '다른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야만 면책된다. 즉 회원은 학교의 장이고 회비의 실제 부담자는 학생이기 때문에 공제회의 보상으로 학교의 설치·경영자와 교원에 대한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보상제외 사고 범위 넓어=대부분의 지역 학교안전공제회가 규정한 보상제외 사고의 종류를 보면 대체로 자살·자해, 천재지변, 등·하교 중의 사고, 가해자가 뚜렷한 사고, 자동차로 인한 사고, 건물화재로 인한 사고 등이고 일부 위탁급식학교의 식품위해사고, 고의적인 폭행사고 등이 포함된 지역이 있다.
▲보상기준 일관성 없어=서울이나 경기와 같이 현재 보상액의 상한선을 규정하지 않은 곳도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5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까지의 보상한도액을 정하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기관 지정=학교안전공제회에서조차 기성의 일반 보험회사들처럼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것을 거의 강제하다시피 하고 있다.
▲소극적인 사업 운영=학교안전사고 예방 활동이나 별다른 수익사업의 수행보다는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소극성과 엄격한 보상제외 사고 규정의 적용을 통해 기금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보상금 지급규정 문제 많아=서울을 제외한 각 지역의 학교안전공제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형수술을 요하는 사고에서 성형수술비는 보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해 대구가 회원 및 교원으로 명시한 것 외에는 대부분 회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학칙이나 지시를 위반해 발생한 안전사고의 경우 가장 높은 50%의 과실상계율을 인정하는 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개선 방향
▲설치·경영자가 책임지는 체제 필요=학교교육은 공익적 차원에서 수행되는 국가작용이다. 따라서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의 체계도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에게는 충분한 보상과 치료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학교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게도 고의가 아닌 이상 사고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교육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일반적인 손해배상 등에 관한 민법의 규정과는 다른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접근해야=학교안전사고는 그 책임소재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고 하루 빨리 정상적인 교육환경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안전사고는 산업사회 발전에 따른 산업재해와 유사한 면이 많다. 오늘날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보상제도도 원래는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해결했으나 입증의 어려움과 구조적 위험을 받아들여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사회보험 형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학교안전공제라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적 보상체계로서 학교안전사고를 다룰 여건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회보장체제와 차별화된 법제화 필요=학교안전사고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는 미성년자들이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일어난다는 점과 단독적이고 일방적인 행위보다는 항상 상호적인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모든 기준이나 절차 등을 일반 사회보장제도와는 달리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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