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법 60년, 이제는 글로벌 시대 준비해야"

2010.01.01 09:00:00

우리나라 교육법은 1949년 12월 31일 제정 • 공포된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되어 왔을까. 교육법 제정 60주년을 기념해 우리 교육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방향까지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교육법학회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의 후원으로 지난 12월 4일 교총회관에서 ‘교육법 제정 60주년 그 의미와 과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의 주제발표 내용과 특별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주제발표 1> 교육법제의 형성과 배경(강인수 수원대 부총장) = 한국의 민주주의 교육제도 수용은 독창적 • 자주적이었다고 하지만 분명 미국군정이라는 외적 영향력 밑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주의 교육제도가 미군정기를 통해서 수용된 결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헌법제정에 있어서도 교육이 기본이념으로 규정되었고 헌법 → 교육법의 체제에 따라 교육법 제정에서도 헌법상의 교육이념이 교육법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대국가에서의 입법은 정부에서 제안해 주도권을 갖게 되는데 우리 교육법은 문교부에서 법안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일반교육계, 문교부, 국회의원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성안되고 심의됐다. 문교부에서는 처음 교육법을 교육기본법, 학교교육법, 사회교육법의 3개 법으로 제안했으나 국회 문교사회위원회가 일본법의 체계와 내용을 모방한 것이라며 별도로 이재홍 위원을 위촉해 교육법안을 만들게 했고 문교부에서 제출한 3개 법을 종합한 교육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단일법인 교육법안은 전문, 10장, 175조와 부칙으로 구성됐는데 국회 심의과정 중 2개조 신설 등으로 177개조가 됐다.
1949년 11월 30일 문교사회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합동회의에서 자구 수정을 거쳐 정부에 이송돼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공포해 대한민국의 민주교육법제가 탄생됐다.
입법과정상 부실한 점도 있었고, 일부 조문이 서로 모순되거나 일본법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민족의 백년대계인 민주교육의 좌표가 확정된 것은 제헌국회가 남긴 업적이었다. 특히 당시의 일정한 방향도 없던 교육정책에 교육법의 제정은 민주주의 교육이념을 뚜렷이 제도화시켰으므로 교육계나 사회에 크게 기여 했다고 본다.
■<주제발표 2> 교육법의 입법정책적 분석과 과제(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교육법의 입법정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입법정책의 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교육입법정책은 정치 • 사회 • 경제적 고려가 아닌 교육 본질을 우선으로 고려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지향해야 한다. 당장의 정치 • 사회 • 경제적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전체 교육관련 법제를 어지럽히거나 교육적 원리에 따른 아동 •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어떤 입법정책도 용납돼서는 안 되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 교육관련 법 체제 전체는 물론 개별 법률에 대한 검증과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정책 생산자 중심의 입법정책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입법정책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교육입법정책은 교육받을 권리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을 위한 것이 아닌 정책 생산자인 정부 중심적인 경향이 컸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셋째, 헌법 제31조 제6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제도법률주의’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법률주의는 궁극적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의 중요한 사항들은 반드시 의회의 법률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교육입법정책에서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 이하의 행정법규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앞으로는 국회입법을 통해서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제 • 개정된 법률이 당초의 취지대로 입법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또한 그 효과는 효율성도 겸비한 것인지, 의도되지 않은 기타 영향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사후평가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PAGE BREAK]
■<주제발표 3>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조석훈 청주교대 교수) = 교육법은 1949년에 구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1997년에 「교육기본법」, 「초 • 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으로 재편되는 전면적 변화를 거쳤다. 1997년 개편은 「헌법」 이념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법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만큼 헌법적 적합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입법활동 못지않게 1988년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사후 확인 또는 평가하고 미래에 새로운 입법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교육법 관계 위헌 판례를 중심으로 교육법 관계 위헌 판례를 중심으로 교육법의 과제를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2005년 3월 31일 선고한 헌재 판례는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무상의 범위를 넘어서 무상교육의 재원이 확보되는 수단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판례에서는 무상교육의 재원이 일반재원에서 확보돼야 하며 일반 재정 중 다른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의무교육재정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2000년 위헌 판례에서 헌재는 ‘아동은 학교교육 외에 별도로 과외교습을 받아야 할지의 여부와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 과외교습을 받을 것인가의 방법에 관해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했다. 학생이 단순히 교사나 학부모의 감독에 속하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교육에 관한 일차적인 주체로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셋째, 헌재의 판례는 학부모의 교육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정립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91년 판례에서 학부모를 교육의 실질적 당사자로 등장시켰고, 선택권과 참여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으며, 2000년 위헌판례에서 종합적으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선언했다. 헌재가 밝힌 학부모 교육권은 199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 반영됐고, 「초 • 중등교육법」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로 나타났다.
넷째, 헌재는 1990년 국공립 대학 교원양성 기관 출신자 우선 임용, 1998년 형사 사건 기소시 필요적 직위해제, 1999년 제대군인 가산점제도, 2003년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시 당연퇴직, 2004년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 사범대 가산점 부여, 2006년 국가 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10% 가산점 제도 등에 관한 위헌 판례에서 공무담임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입장을 취해왔다. 아직까지 공립 초등교사 선발 시 지역가산점에 대한 헌재의 판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사 채용과 달리 영구적으로 지역가산점을 부여하는 「교육공무원법」의 조항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헌재는 「헌법」 제31조 제6항의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대해 형식적 법정주의와 실체적 법정주의의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다뤘다. 교육제도 법정주의는 포괄 위임 금지의 원칙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헌재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무상 교육의 요청에 위반된다는 판례에서 실체적 법정주의를 제시했고, 2002학년도 대전 공립중등학교 교사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요강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에는 포괄적 위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것은 형식적 법정주의와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자율학교에 대한 입법 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율학교가 예외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널리 보편화 되는 상황이라면 교과부 장관에 의해 자율학교 특례의 범위나 특례 적용 여부가 좌우되도록 되어 있는 방식은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섯째, 헌재는 합헌 또는 위헌 판례를 통해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헌재는 판례의 빈번한 변경으로 인해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6년 국가유공자 가산점에 관한 판례는 5년만에 2001년도 판례를 변경한 것이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재심 결정에 대한 학교법인의 소송제기권을 인정한 2006년 판례는 8년만에 1998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주제발표 4> 국제법적 관점에서 본 한국 교육법의 위상(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지구촌화와 글로벌 스탠더드 확산 및 각국 교육제도의 통합화 현상 등과 관련해 한국교육법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방향은 첫째,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화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수요가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새로운 학습자 집단(외국인 등)들이 늘어나는 등 이전에 비해 특수한 교육 수요를 가진 집단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우선 다양한 수요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국가 교육통계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 요구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경을 넘는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이동하면서, 혹은 원격 교육을 수강하면서 공부하는 내국인, 외국인 학생들을 망라해 지원하는 국가 수준의 제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국가 수준의 기구가 설립돼 이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대외 개방성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 교육제도는 종전처럼 폐쇄된 국내용 교육제도를 탈피해 세계인을 위한 교육제도로서의 면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 학교의 학제와 병존하고 연계된 세계인을 위한 교육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외 출국 및 국내 입국 유학생들을 적극 지원하는 열린 교육제도가 발전돼야 한다.
넷째,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서비스 무역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유학수지 적자를 탈피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가 됐다. 따라서 교육제도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정비돼야 하며 과도한 해외 의존 교육체제가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교육에 의해 해외소비를 대체시켜야 한다.
다섯째,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력 • 자격의 비교 및 호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거나 호환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가지고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학력 • 자격의 비교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교육프로그램들을 분류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이 필요하며 개별적인 교육프로그램들을 상세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축적시켜야 한다. 호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환 여부 결정에 따라 우리에게 어떤 득실이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이상미 월간 새교육 기자 smlee24@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