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책, 현장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2010.06.01 09:00:00

교원들은 요즘 교원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교원들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교원정책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교원정책이 실시되기를 바라고 있을까? ‘교원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특집의 마지막으로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 교원 4명으로 구성된 지상좌담을 통해 교원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지상좌담에는 ▲ 윤완 경기 오산 고현초 교장, ▲ 송일섭 전북 전주교육청 장학사, ▲ 이경호 서울 성일초 교사, ▲ 안희정 서울 신정여중 교사가 참여했다. 교원들은 “현재 교원정책이 교육현장의 여론을 무시한 채 급하게,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교원정책의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윤완 =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원정책 중, 교장공모제 확대실시, 연 4회의 의무적 교원수업 공개방안, 그리고 교원성과상여금 차등 지급비율 확대,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인사연계 움직임, 학교회계시스템 전면실시 등은 학교 현장 및 교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이고 충분한 논의와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급하게 시행함으로써 학교 현장을 상당한 혼란과 갈등에 빠트렸습니다.
이경호 = 교육행정당국은 수요자중심의 교육 및 책무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탁상공론식의 다양한 교원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을 비리집단으로 낙인찍어 일방적으로 개혁을 시도하는 방식, 즉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교원정책 집행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우수교사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환영받는 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폭 지원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방식으로 교원정책이 집행되기를 바랍니다.
안희정 =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무슨 정책이든지 순수한 목적과는 다르게 실효성의 관점에서는 의문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교원평가제의 경우 시범학교에서부터 제기가 되었던 문제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객관성 확보 문제나 수업공개의 실효성 등이 그렇습니다.
송일섭 = 교원정책은 교원 조직의 사기를 앙양하고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교육력을 제고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이런 점이 소홀히 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최근의 교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론화의 과정이 매우 폐쇄적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교육의 본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결여된 채 하나의 수단으로만 강조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이 과연 교육의 본질 구현에 적절한지 의문이 듭니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교장공모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교원정책과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송일섭 = 두말할 것 없이 교장공모제 확대이며, 이에 따른 교장자격증 소지자 양산 문제입니다. 특성화 학교 등 특수목적을 구현하는 학교에 제한적으로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100%, 타 시 · 도는 50%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일반학교의 교장공모제는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 교사로 들어가서 평생 교직생활에 충실해 교장 승진을 앞둔 교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서바이벌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1명의 교장을 만들기 위해서 9명의 패배자를 양산하는 교원정책은 비교육적이며, 비인간적인 제도입니다. 또한 추천을 받기 위해 벌여야 할 정치적 게임을 상상하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윤완 = 교장공모제 확대 방안은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비리 및 일부 교장들의 교육비리 척결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공모 교장 선출과정에서 야기되는 학연, 지연, 파벌 등의 정치적 색채와 부정, 정실이 개입될 소지가 충분합니다. 교원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법 · 제도적 측면의 정비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더불어 교직사회의 지속적인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하다고 보여 집니다. 교직 특수성을 반영한 정상적 방법에 의한 승진제도 정착으로 모든 교원에게 동등하고 적법한 승진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이 교직 안정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경호 = 교원평가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교사들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일부 학생들의 감정에 치우친 불공정한 평가에 대한 우려, 학부모들의 교사평가 잣대가 자녀에 대한 관심의 정도일 수 있다는 우려, 과중한 수업 및 업무 부담으로 동료교사들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불식시키기 위해 교원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 중에서도 연 4회 공개수업, 학부모 평가, 동료교사 평가가 우려됩니다. 특히 특정 학부모가 여러 번 참관수업을 하다 보면 분명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객관적인 참관이 이루어지도록 횟수를 정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개별 교원의 수업이 공개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동료교사의 참관도 본인의 수업부담으로 충실한 평가가 되기 어렵고 동일학교의 동일교과 동료교사이기에 인정주의로 인한 부정확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이경호 = 최근의 교원정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교원들을 개혁과 비판의 대상으로만 보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교육 불신을 조장하고 부정적인 교원 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지적 · 인성적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현장 교사들의 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교원정책이 현재의 비판과 일방적인 여론몰이식의 부정적(Negative)인 방식이 아닌 그들의 사기를 살려줄 수 있는 긍정적(Positive)인 방식으로 수립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송일섭 = 무슨 제도든 장 ·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을 통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과정은 언제나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행 교원정책은 그런 과정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또 하나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교원평가만 해도 법제화를 통해 국민과 교원의 공감을 얻어서 실시돼야 함에도 이런 장치들이 마련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의 행정 행위 등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정부의 방침이나 기조의 변화 등으로 무시되거나, 제한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급작스런 행정 행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기간의 경과 기간을 두는 것이 상식인데도 곧바로 시행함으로써 기득권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윤완 = 일선 교육현장 교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교원정책의 효과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 교원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고충과 애로, 그리고 다양한 요구 등을 먼저 듣고 충분한 시간 동안 논의과정을 거쳐서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만들어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내 놓아야 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의 효과적인 관리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학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평가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설립 목적별, 학교 종류별로 지금 시행되는 교원평가제의 관리나 보완이 필요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잡무”
최근 현장에서 주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까?
윤완 =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정부에서든지 교원업무경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구호로 그칠 뿐이었습니다. 현재 ‘교원업무경감법’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원업무경감법의 법제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원들이 수업에 충실할 수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전문성 신장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경호 = 최근 학교현장은 교육 비리대책, 특정교육범죄가중처벌법률안, 교장공모제 확대, 온라인 수업공개, 교원평가제 실시 등 다양한 교원정책의 시험장(?)이 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먼저 이러한 교원정책 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교사들의 참여 및 의견수렴 과정이 철저히 배제되고 교사들이 정부의 교육개혁정책의 일방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현장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자긍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있으며 이점이 가장 힘듭니다.
송일섭 = 설익은 교원정책이 쏟아져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교원잡무경감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업자 구제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인턴교사제 또한 학교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직무의 책임 한계가 없는 상황에서 잠시 수업을 맡거나 보조를 하다가 그만두는 식이 되면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원정원을 확보하고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제에 따른 부담입니다. 평가기준에 따른 여러 행정적 업무 가중이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교원 사기 올려줄 정책 절실해”
앞으로 교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교원정책은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윤완 = 우선, 교단의 안정화가 가장 시급합니다. 교단의 안정화는 교원들의 질적 향상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교원승진제도의 정착, 교장공모제 폐기, 교원업무경감의 법제화 및 획기적 개선,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로의 전환, 표준수업시수의 법제화, 학교회계시스템의 개선 및 교무행정인력의 확대 배치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경호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각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그 원인을 학교, 특히 교사들에게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소비자인 학생 및 학부모들의 마음이 교사들로부터 멀어진다면 우리 교사들의 설 자리는 더욱더 좁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급변하는 교육 및 사회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더욱 세분화 ·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교육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문성 신장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사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교원정책을 먼저 수립 · 집행해야 합니다.
송일섭 = 최근 학생의 인격권은 크게 강조되고 있지만, 교사의 수업권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잘못한 학생이나 문제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권보호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교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많은 예산을 투여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육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교원의 책무성과 사명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마련에는 너무 인색합니다. 오로지 개혁의 대상으로 보면서 ‘교권 흔들기’에 앞장선 결과 과거에 비해 우리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희정 =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원평가제의 내실화와 교원의 승진체계의 다양화가 필요합니다. 승진체계의 다양화를 위해 수석교사제가 조속히 법제화 돼야 합니다. 교육행정과 경영에 자신 있는 교원, 수업에 자신있는 교원 등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승진체계가 마련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원의 사기도 진작되리라 생각합니다. | 정리 = 이상미 smlee24@kfta.or.kr
이상미 월간 새교육 기자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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