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과 함께 찾아가는 생각의 뿌리

2010.09.01 09:00:00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을 글로 옮긴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아무렇지 않게 단정해 온 여러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기존 사고방식을 바꿔놓는다.


살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특히,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발생하는 요즘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안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기 보다는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도가 가벼운 사건을 접한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당히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 이를테면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를 대할 때도 종종 목격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에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말이죠.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이때 오른쪽에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36쪽)

저자가 던진 이 질문에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비상철로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문득 당신 옆에 서 있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까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37쪽)

분명 똑같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도, 이번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 앞의 질문이 없었다면 놀랍다는 투로 “어떻게 사람을 밀어 떨어뜨릴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샌델 교수의 마력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대에서 30년째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단순해 보이는 문제부터 아주 첨예한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문답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수업은 딱히 철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나서서 한마디 거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오다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서 더욱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휴가철에 도서관 가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저자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다른 도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1000명의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샌델 교수의 강의 일부를 담은 CD도 들어 있으니 수업에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강중민 월간 새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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