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튼튼한 자율 인재의 산실 강원 원주 태봉초

2010.12.01 09:00:00

최근 학교 현장에 요구되는 굵직굵직한 정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가지 여건이 제각각 다른 일선 학교가 이러한 요구를 모두 소화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교원평가 선도학교, 영재교육연구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학교문화 시범학교 등 주요 교육정책을 매년 수행하며 우리나라 교육의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그중 강원 원주에 위치한 태봉초를 찾아 그 비결을 들어봤다.



열린 조직문화와 계획성 있는 운영이 중요
원주 태봉초(교장 심춘석)는 올해로 개교한 지 불과 9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교원평가 선도학교, 영재교육연구학교 등 굵직한 정책과제를 수행했고, 금년에도 사교육 없는 학교와 학교문화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매년 이런 주요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그 비결에 대해 이 학교 심 교장은 “잘 듣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자치, 초등학생도 할 수 있어요”
심 교장이 말하는 열린 조직문화의 출발점은 바로 학생자치다. 최근 많은 학교가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어린 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태봉초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학생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비교적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장과의 대화 시간’ 등을 통해 학교의 일상적인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예회나 운동회, 입학식 같은 중요한 학교행사도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교장이 하는 것이 당연한 대회사 역시 태봉초에서는 학생회장의 몫이다.

처음 학생들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할 때는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맡겨 놓으니 자기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낼 뿐 아니라 참여도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 심 교장의 소감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운동회의 진행을 맡겨보았는데, 오히려 교사들이 할 때보다 더 재밌게 잘해서 학예회와 입학식도 스스로 하도록 했다. 곧 돌아오는 졸업식 역시 학생들에게 맡길 계획이다.

열린 운영을 위한 노력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학교 운영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수업공개일에는 행사가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업 직후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점심식사 시간에는 심 교장이 반별로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직접 듣는다. 학년별로 실시되는 현장체험학습 역시 학년별 담임교사의 의견에 따라 장소를 정한다.


자치활동과 어우러진 특색 있는 행사
운영
학교문화 시범학교인 태봉초는 학교의 각종 행사를 알차고 특색 있게 운영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학예회는 3일에 거쳐 2개 학년씩 나눠 진행된다.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진행은 각 반 학생들이 맡는다.

시상식이 빠진 졸업식도 눈여겨볼 만한데, 이는 소수 졸업생들이 상을 받는 동안 대다수 참석자들이 들러리가 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신 전날 시청각실에서 간략한 시상을 하며 이를 녹화해두고, 졸업식 당일 졸업장을 수여받을 때 스크린에 틀어주는 동영상에 시상식 장면을 넣어 방영한다. 이렇게 하니 형식적인 행사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재밌는 공연 등을 함으로써 보다 알찬 졸업식이 가능하다.

자율을 뒷받침하는 치밀한 계획
심 교장은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심 교장의 생각은 태봉초 홈페이지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각 학급별로 학급계획과 여러 소식을 전하는 ‘학급마당’과 ‘알림마당’ 게시판에 수시로 업로드되는 계획서에는 학교교육 관련 정보가 매우 상세히 안내되어 있어, 학부모들이 홈페이지만 잘 살펴보아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꼼꼼한 계약 · 회계 관리는 필수
학년별로 진행되는 현장체험학습도 처음 기획은 학년별 담임교사들에게 맡기지만, 일단 기본적인 계획이 수립되면 관리자인 심 교장이 직접 나서서 세세한 것까지 하나하나 살핀다.

우선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12월에 미리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업체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한다. 특히 계약을 할 때는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의 조건 중에서도 장점을 추려 최상의 여건을 조성한다. 업체가 선정되면 점검할 내용을 간추린 책자를 만들어 사전답사를 하는데, 학생들이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숙소의 신발장 개수까지 체크할 정도로 자세히 살핀다. 요즘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 추가 요금관련 문제도 미리 계약서에 정확히 명시해 분란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했다.

현장학습 후에는 반드시 평가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데, 이때 각종 업체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함께 실시해 그 결과를 다음 업체 선정 시 반영한다.
학교의 노후 기자재를 교체할 때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지원기준을 살펴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학교 지출을 최소화해 대부분의 교육기자재를 최신형으로 교체했고, 여느 학교 부럽지 않은 영어전용 교실도 마련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교사는 교사답게
태봉초가 학교운영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쉽게 말해 어린 학생들이 자기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께도 항상 기본적인 약속은 꼭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 교장은 자신의 교육관을 이렇게 피력하며, 일본의 질서문화교육을 모범적인 예로 꼽았다.

그래서 태봉초에서는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40분부터 독서시간을 갖고, ‘튼튼이 공부방’을 만들어 부진학생들이 기초학력을 쌓도록 한다.
또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해 자율적인 체육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 도내 5개 대회를 3년 연속 재패해 우승기를 영구 보관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양궁 역시 올해 준우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건전한 식습관을 들이도록 하기 위해 급식 때도 잔반을 적게 남기는 반을 선정, 그중 5명의 학생에게 상품을 수여한다.

이렇게 기본이 강조되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심 교장은 교사들에게도 교사다운 단정한 복장으로 언제나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함으로써 학생들의 모범이 될 것을 주문한다. 학교 시설 관리에 있어서도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언제나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그 결과 ‘경관이 우수한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심 교장은 끝으로 “요즘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 중에는 보육 때문인 경우도 있다”면서 “앞으로 공교육이 이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강중민 월간 새교육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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