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울림이 있는 삼계초등학교

2012.08.01 09:00:00

입학식이면 교장 선생님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학교, 쉬는 시간에는 전 학생이 운동장으로 우르르 뛰어나와 ‘독도는 우리 땅’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학교, 독서교육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학교,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기부 및 봉사활동으로 언제나 활기 넘치는 학교, 바로 삼계초등학교이다. 삼계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될 만큼 특별함이 있는 학교이다. 과연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직접 찾아가 봤다.


열린 교실에서 발견한 새로움

교실과 복도, 출입구마다 학부모들로 분주하다. 때마침 학부모 공개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복도에 서서 열린 창문으로 얼굴을 살며시 내밀고 있는 학부모도, 교실 안 자녀의 옆에 꼭 붙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도 모두 얼굴마다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괜찮아!” 교사가 플래시동화를 보여주면서 동물들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고, 또 그 생각을 모아 온몸으로 발표하게 한다. 그리고는 동물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점을 찾아내 발표하게 하면서 친구와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문을 들어선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삼계초가 추구하는 지·정·체 교육을 조금 맛본 느낌이다.
“여러 동물의 생태 특성도 공부하고 또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수업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 보여요.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수업 방식이 인상적이네요. 집에서 책 읽을 때는 잠깐 보고 돌아다니기 일쑤였는데, 친구들 앞에서는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표하는 모습이라 살짝 놀랐어요.”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했던 1학년 김민정, 이주호 학생 학부모의 말이다. 매달 실시하는 학부모 공개수업에는 저학년 학부모의 경우 100%, 고학년 학부모의 경우 과반수 이상이 참여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또 교사는 공개수업을 통해 받는 ‘학부모 수업 참관록’을 학급 운영에 참고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수정·보완해나간다. 이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행복해야 행복한 학교가 된다는 믿음으로 수년간 고수해오고 있는 학교 전통 중 하나다.

기본을 회복하는 지·정·체 교육
삼계초에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이 유독 많다. 또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으로 뛰어가는 학생들과 학교 내 체육관과 넓은 운동장에서 탁구나 축구를 즐기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학교에서 전개하고 있는 ‘노래, 운동, 책 읽는 학교’라는 교육 활동 덕분이다. 이 중 ‘노래하는 학교’는 매월 학년별 수준에 맞는 노래를 정해 자람새 학습장에서 합창, 합주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감성을 계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운동하는 학교’는 하루, 한 번, 10분 달리기를 하자는 뜻에서 1110운동을 펼치면서 이와 동시에 2080 건강줄넘기를 통한 기초체력 강화에 주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는 학교’의 경우 삼계초 입학생들에게 그림동화책을 선물해주는 ‘책날개 입학식’을 필두로 월별로 발행하는 독서소식지 ‘책마루 향기’, 학부모 독서도우미 ‘책마루빛’ 운영, 독서급수인증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지적발달에 주안점을 두고 실시하는 독서교육 중 하나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이 학교는 2006년과 2007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독서논술부문 우수학교로 선정되는가 하면 2008년 교과부선정 전국 도서관활성화 우수학교, 2009년 전국 초등학교 최초로 KBS ‘도전! 골든벨’ 방송, 2011년 교과부 선정 학교독서교육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정·체 교육 외에도 ‘자람새 키움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이를 신장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도록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기록케 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첨단, 디지털, 스마트교육을 외치는 요즘의 교육 분위기와 비교하면 사뭇 아날로그적이기까지 하지만 여기에 이 학교의 강점이 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삼계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
“음악시간에는 노래를 듣고 그 느낌을 얼굴에 표현하는 페이스페인팅 수업을 해요. 또 제비뽑기로 구성된 3인 1조 팀별로 하는 리코더 발표, 사랑에 관한 노래를 찾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글로 써서 사랑 책 만들기 수업도 하고요. 다른 학교에서는 음악 교과서가 중심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가 중심이 돼 수업을 하니까 훨씬 재미있어요.”
“모둠 토의수업, 조사활동, 비즈쿨 수업, 양성평등 수업 등 다른 곳에서는 하기 힘든 재미있는 활동이 많아서 좋아요.”
“학교에 오면 재미있는 책이 많아 좋아요. 친구들과 다툴 일도 거의 없어요. 말을 잘 안하는 친구가 있으면 우리가 함께 어울려서 놀아요. 사춘기가 되어서인지 가끔 고민이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서로 웃고 이야기하면 금세 풀어져요. 선생님들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고요.”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6학년 김효빈 학생을 비롯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이는 간과하기 쉬운 기초와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고 이를 통해 학교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삼계초만의 빛깔이 아닐까.

다양한 형태의 적극적인 학부모 활동
이 외에도 삼계초를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적극적인 학부모 참여 봉사활동이 그것이다.
사용하지 않고 있던 15평 남짓한 학교 내 교실을 재정비해 마치 학교 앞 문구점을 옮겨 놓은 듯한 공간으로 변신시키고, 매일 5~6명의 어머니들이 상주하면서 학습 준비물을 만드는 곳, 바로 자료샘터이다. 이곳을 지키는 이들은 자료샘터도우미 회원들로 단순히 지켜보고 모니터링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교육과정에 적용함으로써 함께 하는 ‘더불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
자료샘터도우미 회원들은 재학생 학부모들 중에서 봉사활동을 희망하는 이들을 우선으로 주 5일간 하루 4~5시간씩 전 학년 반별 수업 준비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2억 원 이상의 학습준비물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교사들은 교수학습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2011년 10월 발대식을 갖고 출범한 교사, 청소년단체, 학부모를 비롯한 가족들로 구성된 ‘메아리 가족봉사단’은 교육공동체의 사회적 환원을 모토로 인근 환경정화활동, 자매결연 복지시설 위문 및 봉사활동, 삼풍대 주변 정화활동,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알뜰장터 봉사 등을 실시하면서 지역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책임과 의무를 되새길 수 있는 다채로운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도서실 도우미인 책마루 빛 봉사, 체험활동 도우미인 함께하는 돌봄엄마 등 학년별, 기능별 학부모회도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기부를 교육 영역으로 흡수, 활용해 더욱 즐겁고 안전한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교사의 쉼을 위한 활력충전 동아리
사실 학교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가장 바빠지는 이들은 교사다. 오죽하면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은 전체 업무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 이에 반해 교사를 위한 복지는 취약한 것이 학교 대부분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교사를 위한 복지에도 소홀하지 않다. 복지 차원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풀거나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동아리 운영을 활성화하고 있는데 운동하는 학교에 걸맞게 배구, 배드민턴, 요가 등의 동아리를 운영하는 한편, 책 읽는 학교에 어울리는 교사 독서회, 교실수업개선을 위한 수업연구 동아리, 그리고 다양한 교사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창원도서관의 책을 자유롭게 대출할 수 있는 교사 무료 택배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덕분에 교사들은 고된 하루 일과 속에서도 재충전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삼계초는 실력(Elite), 인성(Character), 건강(Health), 창의(Originality) 4가지의 교육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 4가지 교육목표의 첫 글자를 모으면 메아리(ECHO). 즉, 울려 퍼져 가던 소리가 산이나 절벽 같은 데에 부딪쳐 되울려오는 소리가 된다. 먼저 실력, 인성, 건강, 창의성을 갖춘 미래의 인재를 키우고, 그 다음으로는 학부모를 만족시키고, 또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행복까지 놓치지 않는 삼계초에는 그래서 행복한 메아리가 큰 울림으로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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