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하는 선생님' 이홍배 서울 잠신중 교사

2012.11.01 09:00:00

우리는 주변에서 어릴 적 꿈이 ‘과학자’ 혹은 ‘발명가’였던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많은 아이들이 지금도 과학자를 꿈꾸며, 발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정교한 손놀림으로 새로운 물건을 척척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람. 하지만 과학자나 발명가는 그 많았던 바람만큼 쉽게 되기는 어려운 장래희망, 그저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과학을 배우고, 과학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발명가의 꿈을 이루고 학생들에게 발명가의 꿈을 키워주는 교사가 있다. 서울 잠신중학교에서 이홍배 교사를 만났다.


 “선생님은 무얼 발명하셨나요?”

“음, 그럼요. 저도 이제 특허를 받았으니 쑥스럽지만 나름 발명가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발명가’라는 호칭을 써도 괜찮겠냐는 물음에 이홍배 교사가 대답했다. 그는 얼마전 탈수기의 원리를 이용한 ‘우산 건조 살균 시스템’으로 특허등록을 마쳤다. 아직 시제품도 만들지 못하고 있으나 비나 눈이 오는 날 실내에 들어갈 때 우산에 소모되는 비닐 주머니를 줄이겠다는 환경 친화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엄연한 그의 발명품이다.
교사 생활 27년째, 과학교사이자 영재지도교사인 그가 발명을 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학생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과학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것에 변형을 가하기 시작했다. 또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갈 수도 있었다.
“실은 학생들로부터 도전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발명 수업을 하는데 한 녀석이 물어보더라고요, 선생님은 무얼 발명하셨나요? 하고.”(웃음)
‘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가 받은 것은 오히려 ‘의지’였다고 덧붙였다. 교학상장이라고 할까, 발명에 대한 생각, 다양한 방법을 고취시키며 자신도 자연스럽게 그것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미 그의 제자들 중엔 그보다도 먼저 특허등록을 두세 개씩 가진 학생들도 많다.

발명교육에서 영재교육까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을 꺼리지 않는 그의 성향상, 발명가는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발명교실, 캐릭터 창작반, 로봇 발명반을 거치며 정보과학영재 협력학교를 운영하기까지 그의 눈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 반짝인다.
1997년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발명교실’이 운영되고 있던 아주중학교로 부임 받은 것은 이 교사가 발명교육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발명이란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빗을 벽에 걸기 위한 구멍을 손잡이에 뚫느냐, 빗 머리에 뚫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의 수고는 달라진다. ‘어디에 구멍을 뚫느냐’는 디자인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발명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아리(당시 C.A)활동으로 ‘캐릭터 창작반’을 개설했다.
“캐릭터라는 것은 디자인이면서도, 발명의 한 부분입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디자인은 발명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져요.”
전교에서 120명의 학생들이 몰려 오디션을 치러야 할 정도로 캐릭터 창작반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 교사는 캐릭터 창작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연구논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해당 분야 교수의 추천을 받아 국제적인 만화 축제에서 학생들과 함께 할당받은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 에듀넷 안에 별도의 캐릭터 사이트를 운영하며 전국에 캐릭터 창작을 확산시키는 주역이 됐다.
캐릭터 열풍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당시 생소하던 분야인 로봇을 공부했다. 로봇회사에 가서 로봇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쳐줄 수 있을지를 연구했고, ‘로봇 발명반’을 운영했다. 아직 인지도가 낮아 참여하는 학교가 적었다고 하지만, 서울로봇대회에 참여한 로봇 발명반 학생이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각종 로봇대회가 신설되기 시작했고, 상을 받은 학생들은 서울과학영재학교,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을 거쳐 카이스트로 진학하기도 했다.
제자들의 뛰어난 실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지금 그는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영재교육이다. 그가 운영 중인 ‘정보과학영재 협력학교’는 강동교육지원청 내에서 선발된 정보과학분야 우수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반 학생들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영재교육의 꽃인 ‘창의력산출물대회’ 정보과학(프로그래밍) 분야에서 3회 연속 1등을 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스스로 답 찾기의 중요성
현재 이 교사는 잠신중학교에서 발명 동아리를 담당하며 정보과학영재 협력학교 교사로도 활동 중이다. 모두 학생들의 ‘창의성’을 강조로 하는 분야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창의성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는 요소에서 새롭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려는 성향, 이것이 창의성의 시작이지요.”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둘러보며 다양한 것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교사. 그런 그가 학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독서다. 정보과학영재 협력학교가 시작할 때, 입학 전 과제로 책을 읽으라는 숙제를 냈다. 기본적으로 정보과학책이 많지만 판타지 소설 같은 색다른 장르도 목록에 넣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외우고, 답을 외워서, 그 방법으로 풀 수 없는 다른 문제가 나왔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교육은 정해진 방법, 고정된 정답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답은 항상 학생이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요즘 아이들이 정답이 없는 문제를 힘들어하는데 그걸 깨뜨려야 하죠. 실제 우리 삶에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더 많잖아요.”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열린 사고를 돕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문제를 던진다. 그리고 반대로 학생들에게 문제를 내 보라고 시키기도 한다. 직접 디자인을 해보고, 판타지 소설로 생각의 전환을 꾀하며, 퍼즐게임이나 큐브 등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다보니 학생들의 사고는 어느새 이 교사의 수업만큼이나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인성을 갖춘 발명가 육성의 꿈
과학교육 외에도 이 교사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학생들의 인성에 관한 것이다. 발명, 창의, 영재 등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들을 대하다보니 더욱 중요성을 느낀 덕목이기도 하다.
“영재들은 받는 데 익숙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받기만 하고 주는 법을 모르는 인재는 반쪽짜리인 거죠. 베푸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갖추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더불어 국가 발전에도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른 인재 양성을 위해 그는 리더십 교육을 제시한다. 베풂과 섬김을 아는 올바른 인성과 국가관이 그 핵심이다. 이런 바탕 위에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더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능력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등 다양한 대회의 경험과 수상이력이 쌓인 제자들은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진학하며 과학자, 혹은 발명가로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의 모든 목적이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제자들이, 그리고 발명가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거나 꿈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발명가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오늘날 지적재산권, 특허권은 무엇보다도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이것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법적, 제도적으로 마련된 테두리 안에서 마음껏 발명하고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발명고를 설립해서 창의적인 학생, 리더십을 갖춘 발명가를 배출하고 싶다는 이 교사, 그의 바람과 함께 발명 꿈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박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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