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나의 힘” 황병숙 부천 경기예술고등학교 교장

2013.08.01 09:00:00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일 년만 지나도 강산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린다. 교육환경도 마찬가지다. 달라지는 교과과정에 발맞춰야 하고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교과교육연구가 활성화되면서 강의도 연구하고 배워야 잘 가르치는 시대다. 이에 학생들에게 알차고 즐거운 수업을, 교사에겐 교육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황병숙 경기예술고등학교 교장을 만나 그의 교육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실은 자유롭고 즐겁게 교사에겐 역량 강화 전폭 지원
 

교육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
“태준아, 시험기간인데 쉬는 시간에도 공부해야지 어디가?” 황병숙 교장이 매점에 가는 학생을 불러 세웠다. 교과교사가 아니라 마주칠 시간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학생들 이름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교육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점은 소통과 친화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교사 시절에는 나에 대한 모든 걸 첫 시간에 다 말해줬어요. 생년월일, 키, 식구, 전화번호까지요. 그러곤 ‘음악 선생님에 대해 모든 것을 쓰시오’란 문제를 시험 젤 마지막에 내곤 했죠.”

시험을 보기 위해 수업내용을 무조건 암기하고 주관식보다는 객관식에 익숙한 학생들에겐 어쩌면 가장 어려운 문제였을지 모른다. 생전 처음 보는 황당한 문제에 학생들이 난감해하기도 했지만, 서로 관심을 갖고 알아가자는 목적이었다. 그는 하루에 5분 이상 음악 선생님을 생각하라는 숙제를 내주어 마음만큼은 항상 제자들 가까이에 있으려 노력했다. 황 교장의 독특한 수업방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업은 한 번에 여러 명과 대화하기 때문에 1:1 소통의 기회를 가지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제 수업시간 전에는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교무실로 저를 마중 나오게 했어요. 교무실에서 음악실까지 짧은 거리지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고민상담도 하고 서로 친해질 계기가 되거든요.”

직접 교단에 서지 않는 교장의 위치에서도 그는 늘 학생들과 소통한다. 정기적으로 반장과의 모임을 갖고 점심 배식을 자처했다.

“점심시간엔 늘 밥을 퍼줘요. 그러면서 학생들과 마주하죠. 누가 밥을 먹으러 안 왔는지 체크해서 굶지 않도록 꼭 챙겨요. 같은 교복을 입었어도 식성은 다 달라요. 많이 먹는 아이, 적게 먹는 아이, 보통 국을 담는 오른쪽에 밥을 퍼줘야 하는 아이 등 다양하죠. 우리 학교 학생의 식성은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기억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관심과 시간만 있으면 저절로 다 외우게 되죠.”

잠깐이지만 배식하는 시간 동안 한마디라도 더 이야길 나누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며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곧장 급식실로 향했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진로 좌우
학생과의 대화를 즐기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황 교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음악교사 시절이 궁금해졌다. 그는 음악 시간만큼은 함께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어느 학교에 부임하든 늘 교내 합창대회도 열고, 합창부를 만들어 활동했어요. 받은 합창 지휘상만 해도 20개가 넘어요.”

교무실 한편 액자에 걸려 있는 사진도 20여 년 전 전국대회서 1등 했을 때 찍은 사진이란다. 사진 속 합장부원 중 10명이 음대에 진학했다. 음악을 배우면서 소리가 트이니 자연스레 음대로 진학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릴 적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이 진로선택과 평생 교육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부임한 학교가 시골이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버스 한 대를 동원해 세종문화회관에 오페라를 보러 간 적이 있었죠. 지금 애 엄마가 된 아이들이 그때 기억 때문에 아직도 오페라 관람을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 경험이 교육으로 작용한다는 걸 깨달았죠.”

세월이 지나 학교 밖에서도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세상이 왔지만 그래도 하루 7~8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기본 교육이 학생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 지금의 교사들도 열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겪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황 교장의 설명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악, 그리고 음악교사
다른 과목보다 기쁨을 많이 주고 학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말하는 황 교장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과교육연구회 지원단 단장과 경기도 음악교과교육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음악교과교육연구에 힘쓰는 그는 교육 활성화를 위해 작년부터 교사연수를 시작했다.

“올해는 ‘음악과 만나는 행복한 세상’이란 주제로 경기도 42명의 교사가 연수를 받았어요. 교직 생활이 10년 이상 되는 사람에 한해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과 수업기술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죠.”
수업시간표를 살펴보니 협동학습 수업개선, 수업교수법 토론, 육자배기 판소리 배우기 등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세분화하면 성악, 국악, 관악 등 전공이 각기 다르게 나뉘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교사 대부분이 피아노 전공으로 서양음악을 배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악 부분이 취약하다. 때문에 교사 연수에서는 국립국악원 교수를 초청해 경기민요 하나를 정확하게 배우게 했다. 하나 정도는 창으로 학생을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는 학생에게 다양한 음악을 접하도록 돕는 것이 음악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6일(토)에는 올해 마지막 연수가 있었다.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듣던 방식에서 교사끼리 연수모임을 가지니 현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해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었다. ‘일명 수업 잘하는 교사’의 노하우를 듣기도 하고, 수업 연구 자료를 발표해 실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실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년간의 노하우 덕분일까? 황 교장이 집필한 음악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와 차별성이 돋보였다. 발라드, 록과 같은 최신가요도 수록돼 있고 노래방기계를 활용한 수업방안도 나온다.

전 교과 교사연수로 전문성 신장
경기도교육청에는 NTTP라는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해 단계별로 교사를 연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황 교장은 교과교육연구회 지원단의 단장이다. 경기도에는 총 81개의 교과교육연구회가 있는데 이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작년에 처음으로 81개 교과교육연구회가 모두 모여 심포지엄을 열었어요. 초·중·고 교과교육연구회 교사가 모두 모여 각 섹션별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죠.”

그동안은 각 연구회끼리 행사를 가졌기 때문에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과목은 달라도 서로 벤치마킹이 충분히 가능하기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교장의 위치에서도 늘 학생과 소통하고 노력하는 그는 “교사는 열정을 잃으면 안 된다. 교직 생활에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열정을 가져야 학생이 진심을 알아줄 수 있다”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글 ㅣ 김선주 기자 / 사진 ㅣ 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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