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원평가제도는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 조사와 동료평가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제도는 법적·교육적 문제가 적지 않다. 바람직한 교원평가제도를 통해 교사가 발전하고 교육이 바로서야 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는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교장 중심 평가를 시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학부모, 학생들을 공식적으로 동원하여 만족도 조사라고 이름을 붙여 평가를 하게 한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을 받은 교사는 학습연구년 특별연수와 같은 혜택을 받을 기회가 있다. 반면에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2.5점 이하를 받은 교사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1개월, 6개월, 1년의 맞춤식 강제 연수를 받아야 한다.
교육적인지, 비교육적인지
동료교원평가(교장, 교감, 동료 교사)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는 평가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단, 동료교사의 수업을 여러 번 참관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수업을 참관하지 않고 평가한다. 게다가 동료교원평가는 잘못하면 학교 조직의 분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온정주의적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2012년 동료교원평가에서 일반교사의 평균점수가 4.8점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학부모 평가(만족도 조사)의 경우, 학부모는 실제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원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처음 시행하였던 2010년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학부모 50% 이상의 참여를 확보해야만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서 대부분 학교의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해야했다. 그해 말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17% 이상의 학부모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의 교감에게는 사유서를 써내도록 하는 등 비교육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학부모 참가율이 54.24%에 달했고,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담당자는 “학부모의 관심 증대가 공교육을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실상 학부모들은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학생 평가(만족도 조사)는 평가과정에 학생의 만족도가 반영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과의 래포(rapport: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교사는 대체로 학생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대처하거나, 친절하거나, 잘가르치는 사람들이다. 학생의 평가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점도 있지만 치명적인 문제점도 존재한다.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면, 수업 중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학습지도나 생활지도 시 엄격하게 지도하는 교사에게 나쁜 점수를 주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34.8%”였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법·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
학생들에게 교사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법은 비용도 저렴하고 믿을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의 학생은 판단능력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객관성·공정성·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민법에서는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만14세가 되기 전에는 자기의 행위가 타인의 법익을 위법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알만한 판단능력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민법 제753조에서는 이러한 책임무능력자가 한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감독자(친권자, 후견인 등)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민법 제4조에서는 19세 미만의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하고, 이들은 독자적으로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법률행위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형법 제9조에서는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라고 하는데, 그들은 판단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형벌이나 보안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에서는 19세 미만의 자에게는 판단능력이 없다고 하여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초·중·고교의 학생은 대학생이나 사회의 일반 성인과는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는 학생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 할 능력이 미숙하다.”고 거듭하여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 평가(만족도 조사)를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교사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실제 학생 평가(만족도 조사)를 보면, 마치 상품을 판매하고 그 만족도를 조사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교사의 수업 방법이나 지도에 대해 설문 조사하고 있다. 객관식 문항의 경우, 문항을 읽지 않고 특정 난에 마크해버리는 학생도 있고, 서술형 문항의 경우 솔직하고 공정하게 대답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밤길 조심해 XX놈’, “깝치지 마 XXX” 등과 같이 교사에게 모욕적인 글을 써 놓는 학생들도 있다. 요즘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자나 생산자에게 욕설을 해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서술란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대안이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송요원 서울 서초고등학교 교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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