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 “교실이 행복해야 진짜 행복이죠”

2014.04.01 09:00:00

행복교육이 화두다. 박근혜정부가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주창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공허한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교육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학교 가는 발걸음이 즐거운 학교,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그 해법을 찾아본다.



사진 | 한명섭


“교실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행복해야 교육이 행복해 집니다. 교실이 행복해야 학교가 행복하고 그래야 공교육이 살아나는 것이죠. 행복교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숨 쉬는 교실, 그곳에 답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인근 명문고들에 밀려 비 선호 학교의 설움을 맛봐야 했던 서초고. 그러나 지난해 이대영 교장이 부임하면서 대학진학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학교폭력이 전무 하다시피 하는 등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신흥 명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고 싶은 학교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실제로 2014년도 입시에서 서초고는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 중 학생수 대비 서울대 수시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 서울대 11명, 연세대 13명, 고려대 11명, 카이스트 1명, 의예과 6명을 합격시켰다. 지난 10년 내 최고의 진학성적을 거뒀다.

비결이 뭘까? ‘수업이 행복한 학교, 행복한 교실’을 모토로 내건 이교장의 교육철학이 빛을 보면서부터 서초고의 변화는 시작됐다. 그는 행복교육의 디테일을 찾으면 우리 교육이 본질을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 했다. 박근혜정부가 국민행복을 내걸고 교육부가 행복교육을 주창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교육구성원들의 피로도가 쌓여간 것은 사실. 구호뿐인 행복교육에 지쳐갈 무렵 이 교장은 교실의 실체적 변화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교실은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학생들이 만나 원칙을 지키고 경쟁하고 갈등하며 협동하는 공간 입니다. 학생들이 독립적이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가장 소중한 실천 장소인 셈이지요.” 그는 ‘행복하자’는 무조건적 강요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하는 과학적 방법을 모색했다. 무엇보다 교실을 구성하고 있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교실 행복은 학생 자신의 행복 뿐 아니라 학생과 학생 간 행복,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 교실에서 서로 생활하는 구성원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즉시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학교 구성원들의 두뇌 타입을 분석한 다음 컨설팅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에 맞는 갈등해소와 학습지도 방법을 찾아 나섰다. 예컨대 좌측뇌/우측눈/우측귀/우측손/우측발이 지배적 유형을 가진 학생의 경우 정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지시를 잘 따르며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체적인 상황파악 능력이 떨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감성적 이해심이 부족하다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서초고에 15%쯤 됐다. 이 교장은 “우뇌가 발달한 학생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좌뇌가 발달한 학생에게는 논리적 설득을 통해 학습활동과 생활지도를 병행하고 있다”며 “학생들간 자리 배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성향이 정반대인 학생들간에는 사소한 다툼이 잦다는 판단에 따라 비슷한 유형끼리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학생 생활지도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예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됐다. 교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학생들 지도하기보다는 두뇌특성을 알고 거기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친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자녀의 두뇌 타입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가정에서의 갈등도 많이 줄어들었다. 한 학부모는 “딸에게 수학만 강요했는데 알고 보니 우뇌가 발달한 아이였다”며 “뒤늦게나마 적성에 맞는 진로를 결정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털어놨다. 난독증으로 고생했다는 이 모 군은 “두뇌유형 검사 이후 시지각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방과후에 맞춤형 훈련을 받은 결과, 책 읽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지고 내용 파악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의 변화를 주도해온 서초고의 노력은 이뿐 아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정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울 만큼 ‘나라사랑 교육’으로 정평이 나있다. 다양한 학교 행사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학생들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체험 교육이 가장 큰 특징. 고등학교로서는 드물게 나라사랑 컨퍼런스를 개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실시간으로 독도를 볼 수 있는 영상기를 설치하는 한편 독도 필통 나눠주기, 독도 및 위안부 관련 영화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 강동숙 교감은 올해는 안중근 의사 순국일에 맞춰 학생들과 여순 감옥 방문행사도 추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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