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 발생에 따른 초기 개입 매뉴얼 _ 학교 안전 책임지는 7가지 방법

2014.06.01 09:00:00

현재 한국 사회는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 전반적으로 불안이 깔려있으며, 불신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좌절하고 주저앉는 것보다 트라우마(Trauma)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4월 30일 이화여자고등학교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집단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학교 전문상담인력 연수’ 내용을 통해 재난 상황 발생에 따른 조기 개입 매뉴얼을 살펴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충격을 받으면 그 심리적 외상에 지배를 받기 시작한다. 부모의 학대부터 재난 현장의 목격이나 직접적인 재난 경험, 증언까지도 사람들에게 심리적 외상이 될 수 있다. 재난이 주는 심리적인 충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재난을 경험한 직후, 심리적으로도 적절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심리적 외상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재난은 충격과 공포가 주는 두려움으로 인해 다양한 소문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사건 발생에 따른 초기 대응 과정
위기사건 발생에 따른 초기 대응 과정은 Defusing(위기긴급해제) 및 Debriefing(재진술)로 나눌 수 있다.

1. Defusing(위기긴급해제)
재난 사건 발생 후 1~8시간 사이에 1시간 남짓 진행되는 Defusing의 핵심은 ‘fact(사실)’이다. Defusing의 목적은 강렬한 반응을 빠르게 감소시키고 반응을 정상화하는데 있다. 따라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Defusing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신과적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이 단계에서 집단리더(학교의 경우 교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마다 사건에 대한 반응은 모두 다르다. 집단리더는 참여자의 반응을 골고루 들어주면서, 재난 사건에 대한 감정과 사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모델링이 되어준다. 이 때, 참여자의 감정 반응을 억제하는 접근은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사건 원인은 초기에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는 왜 사건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추가적으로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참여자에게 이야기해준다.
(3) 집단리더도 자기감정이 동요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단리더는 참여자가 재난사건에 대한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정을 지지해주어야 한다. 감정에 대한 지지란 ‘울지마’, ‘괜찮아’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선생님도 눈물이 나오는데 참고 있어요. 선생님도 매우 무서워요. 선생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오늘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면 혼자 무섭게 상상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2. Debriefing(재진술)
Debriefing은 사건 발생 후 24~72시간 사이에 진행하는 집단 과정으로 보통 30분~60분간 진행된다. Debriefing의 목적은 재난 사건을 긍정적으로 극복하여 정상적인 회복을 촉진하는 과정이다. 총 7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는 건너뜀 없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Debriefing 과정
● 1단계 - Introduction(소개) ; 5분
1단계의 핵심은 focus(초점다루기)이다. Debriefing를 실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집단을 이끌어 갈 집단리더와 집단 구성원 소개, 집단의 규칙을 소개한다.

저는 여러분을 돕기 위해 온 000입니다. 우리는 엄청난 일을 경험했고, 여러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분들이 사건을 생각하고 경험한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를 할 때 이러한 규칙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 2단계 - fact(사실 다루기) ; 5분
2단계에서는 사건에 대해 현재 알고 있는 사실을 진술한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사건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처리를 한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확한 정보와 사실만을 전달한다. 가해자에 대하여도 사실적인 내용만 전달한다.

제가 오늘까지 여러분이 경험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기관을 통해 정확하게 들은 정보는 이렇습니다(미디어에 보도된 내용 중 사실만 다루어준다). 사고로 인해 0명의 사람이 사망했고, 00병원에서 장례식이 진행 될 예정입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안전하다는 신원 확인을 모두 했습니다. 가해자는 경찰에 현재 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피해자 가족들은 굉장히 슬프고 힘들어하고 있으며, 가해자 가족들도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한 아주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혹시 또 다른 사실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 3단계 - thought(feeling) ; 생각(감정) 다루기(20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 독려하는 단계이다. 참여자의 반응이 나올 때 마다 “이야기 잘 했다” 등의 reward를 준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생각과 감정을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지 반응의 의미 해석이 아님을 명심해야한다. 또한 어떤 반응도 제재하지 않아야 한다. 공격적 반응이라 할지라도 억제하지 않는다.
생각에 대해서는 사건 후에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여러분들이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지난 2~3일 동안 이 사건을 경험하고 보도를 통해 듣고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이 사건으로 인해 본인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나요?


● 4단계 - reaction & emotional ; 정리 및 격려와 지지(10분)
참여자가 복잡한 생각과 반응을 보인 후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 해준다. 반응에 대한 질문은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 자신에게 나타난 신체적 반응을 기술할 수 있는지, 이 사건과 관련된 장면, 소리, 냄새를 만약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지우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한다.

지금 본인들이 말한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과 경험들을 말씀하셨는데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지금 그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몸과 마음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 5단계 - symptom ; 증상 체크하기(10분)
재난 사건을 경험했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설명하고, 참여자 수준에 맞게 준비한 체크리스트에 각자의 증상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아동의 경우 문항수를 줄여서 사용 가능).
집단리더는 반드시 “누구나 그런 사건을 경험하면 여러 개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참여자들이 증상을 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잉 반응하는 피해자일 경우 눈에 띄어 금방 발견하기 때문에 조치가 빠르다. 반응을 억제하는 아이들에게는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증상이 심한 경우 상담이나 전문치료기관으로 연결 한다.

“증상체크를 많이 하도록 일부러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면 무섭고 불안하고 욱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정상적인 반응이에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반응일수도 있습니다.”


신체적인 증상
오심, 위통, 공간조성이 안되는 느낌, 식은땀, 오한, 설사, 빠른 심장 박동, 근육통증, 입이 마른다, 떨린다, 시야가 흐릿하다, 피로감을 느낀다.
행동적인 증상
뇌의 활동성 변화, 위축, 의심이 생김, 대인기피, 식욕 변화, 알코올·담배 양 증가, 환경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 과도한 유머 혹은 침묵, 이상행동
인지적인 증상
혼란스러움, 주의집중이 안됨, 계산이 안됨, 기억상실, 보고 또 보고 반복적으로 봄, 악몽, 논리적 사고가 안됨, 이상행동
정서적인 증상
예기불안, 부정, 두려움, 화, 감정의 불확실성, 우울감, 절망감, 애도, 생존자 죄책감, 감정상실, 버려진 느낌(상실감), 걱정스러움, 숨고 싶고 죽고 싶은 마음, 멍한 기분, 피해자가 불쌍하다는 마음
표 체크리스트


● 6단계 - teaching ; 교수(5분)
재난 사고를 당한 경우 현재 참여자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정상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계속해서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물어보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공식적으로 표현하면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고 트라우마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재난을 표현하는 것을 같이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자신의 생각을 공식적으로 표현하면 자기공포가 없어질 수도 있고 자기생각이나 감정을 자기 안에 가둔 채로 지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표현하지 못한 것은 가족 또는 친구와 이야기해서 풀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잘 이야기를 해줘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신 분이 계신가요.
여러분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이런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셔서 알겠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분도 있고 조금 덜 힘들어하는 분도 있습니다. 특별한 차이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 7단계 - Reentry (회복)
사건이 끝났음을 알려주어 안도감을 준다. 이 사건을 경험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에게 해줄 말이 있는지, 집단의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긍정적인 메시지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고 감사와 작별인사를 한다.

오늘 우리가 재난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재난사건은 끝이 났고 우리가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우리가 다 힘들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다 같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오늘 어려운 이야기를 잘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3. 학교 위기 대응 체계

다양한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는 학교는 위기상황의 효과적 관리와 정상적인 교육활동 환경 유지를 위해 위기 대응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감정을 잘 극복하여 사고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위기 대응팀을 구성하여 학생의 정상적 회복을 돕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 위기 대응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1단계 : 정확한 사실(정보) 수집
학교는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확실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 때 정확한 정보(사실적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검시관이나 의학적 조사관, 경찰, 부모 혹은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건의 원인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한다.

● 2단계 : 위기 대응팀 가동
위기 대응팀은 위기 기간 전반에 걸쳐 사건 공지부터 일상생활 회복에 관여하게 된다. 최소한 5~6명으로 구성(최대 15명 이내)하며 학교, 교육청, Wee 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각 분야별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지정되어 활동한다.

● 3단계 : 학부모, 학생, 미디어 공지
위기 대응팀에서 학부모 공지 담당자(교장), 학생 공지 담당자(교감 및 담임교사), 미디어를 위한 매스컴 대변인 등 담당자를 지정하여 사건 내용을 공지한다. 공지방법은 학부모는 가정통신문을 활용하고, 학생은 전체 조회시간이 아닌 학급별 공지를 원칙으로 한다. 미디어의 경우에는 교육청 공보관실 협조 하에 공지한다.

● 4단계 : 위기 학생 상담 지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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