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얼굴은 50대 초반처럼 부드럽고 탄탄했다. 다부진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은 거칠 것 없어 보였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교육의 명가(名家)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그는 대구교육청을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 반열에 올려놨다. 청렴도 평가 역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구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전국에서 제일 적다. 지난 1년간 학교폭력 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학교가 77곳이나 된다. 대학 진학 등 학력도 전국 최고 수준. 학부모들이 학교나 교육기관에 갖는 만족도, 즉 신뢰도는 교육부 평가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비결이 뭘까, 우동기 교육감은 ‘신뢰’라고 대답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 학생 등 교육을 둘러싼 구성원 모두가 교육을 위해 힘을 모으고 아낌없이 희생한 대가라는 설명이다.
우 교육감은 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했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입시경쟁 구도 아래서 경쟁 방식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사교육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계와 관련, 국정보다는 정밀한 검증을 전제로 검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우 교육감은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 정치 개입 등 부작용이 많다며 임명제나 100% 선거 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부모 교육 교재를 만들어 모든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교사를 뽑을 때는 면접 비중을 높여 상담 능력을 평가하는 전국 유일의 교육청.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우동기 교육감. 그가 추구하는 꿈과 희망, 행복이 넘치는 대구 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본다.
- 대구교육청이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으로 뽑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현장 지원, 교육수요자 만족도에서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결과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대구 교육공동체 모두가 교육의 본질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땀과 열정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쉽지 않은 결과인데 비결이 궁금합니다.“첫째는 교육행정의 기본에 충실했구요, 둘째는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청렴하고 희생적인 교육행정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두가 대구 교육을 위해 믿고 힘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게 원동력입니다. 저는 특히 교육구성원들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교육도 없습니다. 신뢰를 잃은 학교는 설자리가 없는 것이죠.”
- 깐깐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습니까.“얼마 전 한 학부모 단체 대표 분이 찾아오셔서 대뜸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했더니 이 단체가 만든 촌지고발 창구를 개설한 이래 단 한 건도 접수가 안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진보성향 단체인데다 촌지 고발로 유명세를 탄 곳이어서 긴장했는데 오히려 칭찬을 들었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 뒤 일도 많아지고 요구하는 것도 많아 선생님들이 힘드셨을 텐데 이런 믿음을 주셔서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 교육청 평가 결과를 보니까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0.5%로 전국에서 가장 낮더군요.“올 4월 1일 기준 0.5%입니다. 아마 9월에는 이보다 더 낮아져 있을 겁니다.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하나도 없는 학교폭력 제로 학교도 77곳이나 돼요. 처음엔 초등학교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도 상당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불미스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폭력만큼은 뿌리 뽑자는 강한 결속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 인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요.“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는 초·중·고교가 월요일 1교시에는 수업을 안 합니다. 대신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사제동행 행복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선생님들이 교재연구, 생활지도에 각종 공문처리까지 너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아예 한 시간을 빼서 실컷 떠들고 이야기하며 서로 눈을 맞추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또 맨입으로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빵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하라는 뜻에서 초등학생은 1인당 6000원, 중·고생은 9000원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학생 상담체계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초·중·고교에 상담사를 배치한 교육청은 대구뿐입니다. 또 선생님들을 뽑을 때는 반드시 상담과목을 치르게 합니다. 그래서 대구의 임용시험은 면접 점수 비중이 다른 시·도보다 더 높지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의 상담 능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양성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의미로 면접에서 상담 비중을 강화했습니다.”
- 학교 인성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학교 폭력문제에 국한해서 말씀드리면 우선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 교우관계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요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들 사이가 원수처럼 달라져요.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고 은폐해서도 안 되겠지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이좋은 친구로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도 이런 방향으로 갈 계획입니다.”
-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라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시·도가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예로부터 대구는 교육도시입니다. 근대 교육의 발상지이기도 하구요. 그 뿐입니까. 학생들 공부 잘하죠, 심성 착하죠, 학부모님들 교육열 좋구요, 교육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대구만한 교육도시가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한 한 아무 걱정 않는 도시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우 교육감은 특허청에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를 내용으로 상표등록을 출원해놓고 있다.)
- 현안 사항 좀 여쭤보겠습니다. 한국교총에서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돼야 합니다.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정치 개입 등 분명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교육감의 정책 노선이 각각 다르다면 학교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와 같은 임명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굳이 직선제를 한다면 100% 선거 공용제로 가야겠지요.”
- 교육부가 밝힌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하자는 출발은 좋은데 지금과 같은 입시 구도 속에서 이런 경쟁 방법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학 문은 뻔한데 그 모양이 네모건 세모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풍선효과가 걱정입니다.”
- 대안이 있습니까?
“흔히 말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지 과목 순서가 있잖아요. 그런데 뉴질랜드는 우리와 달라요. 그곳에서는 국어가 맨 처음이고 두 번째가 예술입니다. 음악, 미술, 드라마 즉 인문학들이죠. 세 번째는 체육, 네 번째가 소수민족 언어, 그리고 맨 마지막이 수학이더라구요. 이 같은 시스템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이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9시 등교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실은 저도 한때 검토를 좀 해봤어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불안해하더라구요. 직장에 일찍 나가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7시 좀 넘어 학교에 보내는데 애들이 안전한지 걱정을 많이 해요.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 실상을 보고 현장 적용에 문제가 많겠다 싶어 생각을 접었습니다.”
- 대구시민과 학생들은 어떤 교육감을 바라고 있을까요.
“우리 대구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착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높습니다. 또한, 행복역량 함양에 대한 요구도 큽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적절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지적 역량을 함양하여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따뜻한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꿈과 끼를 가꾸고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