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한 번 찍고, 툭툭 털고 일어나 돌아오는 오지마을 트레킹

2014.10.01 09:00:00

온갖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보다 ‘맑은 시선과 따뜻한 손, 그리고 차분한 행동’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듯이, 시간이 멈춘 듯한 소박함과 촌스러움이 있는 오지마을은 우리에게 고향의 포근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문명에서 한걸음 떨어져 깊은 자연과 맞닥뜨리는 곳, 오지. 백패킹(Backpacking)을 이용하여 인간의 원형을 찾아 떠나보자.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오지여행
오지여행은 ‘버림의 여행’이다. 단순하고 가볍다. 이동 수단은 오로지 내 두 다리와 배낭 하나.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물건만 엄선하여 배낭에 넣는다.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들…. 결국 백패킹(Backpacking)을 위한 짐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남는다. ‘죽도록 벌어서, 죽도록 사 모으고, 죽도록 버리는’ 문명 생활을 버리고, 오늘 하루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워본다.


비수구미, 막지리, 살둔마을…. 오지마을은 이름마저도 생경스럽다. 방송을 탄 탓인지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손때도 탔지만, 여전히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반쯤 무너진 돌담도, 녹슨 양철 지붕도, 툇마루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도 고향 할머니의 포근한 정서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에서 꼭 뭘 해야만 한다는 종종거림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벼워진다.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나무 사이를 타박타박 걷다보면 자유로움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오지여행의 행복은 딱 이만큼이다. 욕심은 금물이다. 절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여행임을 명심하자. 빼어난 절경도, 맛집도, 편의시설도 없다. 웬만한 곳은 사람의 손이 타서 더 이상 오지라고 할 수도 없다. 마을로 통하는 비포장도로는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 깎아지른 듯한 아찔한 절벽이고, 차라도 올라치면 흙먼지가 장난 아니다. 차량 진입 금지 구역도 많아 차마고도와 같은 굽이굽이 고갯길을 묵묵히 걸어야 한다. 그래서 오지여행은 그저 일상의 어지러움에서 벗어나 쉼표 한번 찍고, 툭툭 털고 일어나 돌아오면 딱 좋다.
어느새 가을이다. 이 상쾌한 가을빛이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보자. 일상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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