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논리,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
현 정부에서 가을학기제 도입과 관련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12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했다’는 이야기만 있었을 뿐, ‘본격적인 시행을 추진하겠다’며 가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가을학기제 도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교육ㆍ사회적 대혼란 및 천문학적 비용 부담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면서 최종 도입에는 실패했었다.
가을학기제가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2012년 교육부의 의뢰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가을학기제 도입 관련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가을학기제 도입과 관련하여 제안된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4조~7조 원의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면, 이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동안 우리는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지면 결국 피해는 학교에 돌아오고, 최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많이 경험했다. 정책 변화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나 인적교류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가 있어야 한다. 가을학기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 장점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근거가 있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왜냐하면 가을학기제 전환은 교육의 일대 변혁에 가까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시계를 돌려놓는 엄청난 사건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만 개편해도 상당기간 혼란으로 후유증을 겪는데, 그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가을학기제 도입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교육에서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명확한 근거와 검증된 효과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다른 나라가 많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 하고, 바꾸면 경제적 실익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단기간에 효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것이 교육제도이고,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그 여파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파장이 매우 크다. 학생들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득 없는 가을학기제
정부가 가을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는 것은 ‘학제의 국제통용성’이다. 교원과 학생 등 인적자원의 국내ㆍ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현재 미국과 유럽 등 70% 이상의 나라에서 가을학기제를 시행하고 있고, 봄학기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4월) 등 극히 일부 국가라고 밝히고 있다.
항간에서는 인적자원의 국내ㆍ외 교류가 활발해지겠지만, 현재보다 어느 정도 효과가 배가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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