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대상 수상 서울여대 총장

2015.02.01 09:00:00

“땅콩회항? 인성교육이란 나침반 없었기 때문이죠”



“인성교육은 수량화할 수도 없고 화려한 계획서로 표현되지도 않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영역이며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지난해 인성교육대상을 받은 서울여대 전혜정 총장의 말이다. ‘바롬 교육’으로 대학교육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그녀는 인성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진실 된 학교, 바른 사람을 기르는 교육’ 서울여자대학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올해로 개교 54년을 맞는 서울여대는 최근 대학가에 붐을 이루고 있는 인성교육의 선구자다. 설립자인 고황경 박사의 교육철학을 담은 ‘바롬’ 정신은 이제 한국 인성교육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롬이란 ‘바르다’의 고어로 ‘인성이 인재 양성의 가장 중요한 기초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서울여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인성교육대상을 수상했다. 1961년 개교이래 반세기 동안 생활공동체 기반의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외부기관에 확산ㆍ보급하는 등 국가ㆍ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 활성화에 앞장서 온 사실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한국 인성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은 서울여자대학교. 이 학교 전혜정 총장은 정직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을 만드는 인성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위암 선고를 받고도 독실한 신앙심과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극복, 8,000여 서울여대인의 수장으로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 총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월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 캠퍼스 행정관 2층 총장실에서 이뤄졌다.

- 대학으로서는 드물게 인성교육 대상을 수상했다. 비결이 뭔가.
“학생들이 바른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가치롭게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서울여대가 추구하는 인성교육 즉, ‘바롬 교육’이다. 실제로 서울여대에 들어오면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1학년 때는 3주간 합숙하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대학 시절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친구들 앞에서 선언하는 시간도 갖는다. 2학년 때는 2주 동안 합숙하며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주로 키운다. 3학년 때는 합숙은 하지 않지만 16주에 걸쳐 팀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문제해결능력을 기른다.”
- 인성교육을 중시해온 이유는?“인성은 전 생애에 걸쳐 발달한다. 따라서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발달 시기에 맞춰 적절한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첫 단추인 밥상머리 교육 즉, 가정교육이 중시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가정교육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중·고교에선 입시에 치여 경쟁만 체득한다. 공동체를 생각할 틈이 없는 거다. 대학에서라도 전문성을 가르치기 전에 사람부터 길러야 한다. 높은 전문성과 뛰어난 기능을 갖췄어도 사람이 바르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최근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다. 인성교육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보다 그를 둘러싼 환경에 책임이 크다고 본다. 인성은 살아온 환경적 백그라운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환경을 탓해야지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 환경이 나쁘다고 모두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무조건 돌팔매질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하지 못한 우리 교육자들도 책임도 크다. 제2의 땅콩회항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함께 고민할 때다.”

-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교사들의 인성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인성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또 인성교육은 말이 아닌 행동 즉, 실천이 중심이 돼야 한다. 바른 사고에 기틀을 두고 남을 배려하는 책임감 있는 인재를 기르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

―서울여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여대 중 유일하게 3관왕을 차지했다.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사업, 대학특성화사업, 공교육정상화지원사업의 세 가지 사업은 우리 대학이 학생들을 잘 선발해서 특화된 학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잘 키워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준 것이라서 더 의미 있는 결과다.”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서울여대가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초가 튼튼하고 기본을 중시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또 훌륭한 인성을 갖춘 실력 있는 여성을 배출해온 우리 학교의 전통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무엇보다 인성을 강조한 학풍이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 것 같다. 사실 인성은 자신이 갖춘 실력을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나침반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소용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인성의 토대 위에 여성 리더로서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 수 있는 플러스형 인재를 육성해 정말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플러스형 인재는 뭔가.
‘PLUS형 인재’란 자신이 속해 있는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학교,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되고 플러스가 되는 사람을 뜻한다. PLUS형 인재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조직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인재이다. 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화합형 인재인 동시에 동료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인재를 말한다. 이를 위한 창의적 전문성, 인성과 소양, 봉사와 실천의 덕목을 갖춘 것이 PLUS형 인재의 핵심 역량이다.

- 앞으로 대학 경영에서 역점을 둘 분야는.
“융ㆍ복합 대학을 더욱 발전시켜 학생들의 창업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싶다. 지금은 여성 스스로 자립하고 자족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여성 CEO 그룹을 많이 만들어 그들이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신진 세력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서번트 정신으로 서울여대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자긍심을 갖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 전혜정 총장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92년부터 모교인 서울여대 의류학과 교수로 일했다. 94~97년 기숙사 사감을 지낸 뒤 2006~2011년 서울시 패션 한류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복식학회 부회장을 거쳐 한국인터넷윤리학회 대표 고문을 맡고 있으며?대외협력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학교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지난 2013년 2월 총장에 취임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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