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성교육] ‘개개인의 변화’보다 ‘조화로운 삶’에 초점을 맞춰라

2015.05.01 09:00:00

‘인성의 부재’로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진부하지만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니, 지금의 현상은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이고, 참담한 현실이며, 불안한 미래이다. 힘들지만 교사가 먼저 나서야 한다. 인성교육은 전통적 가치관이 아니다. 세상은 변했고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 역시 변해야 한다. 외국의 인성교육 사례는 우리가 ‘체화(體化)’해야 할 인성교육에 해법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새교육에서는 5회에 걸쳐 세계의 인성교육을 연재한다.

‘요즘 애들은 늘 문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애들 문제’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이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의 선거를 그대로 닮은 학생회장 선거, ‘그래봤자 너만 손해야’라며 원칙보다 요령을 먼저 가르치는 부모, ‘너만 튀지 말고 적당히 하자’며 타협을 제시하는 교사들…. 지금 만연하는 ‘인성의 부재’는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이고, 참담한 현실이며, 불안한 미래이다.
본격적으로 시행될 인성교육을 놓고 갑론을박 말이 많다. ‘원샷원킬’처럼 쌈박한 해결방안이 있다면 좋으련만, 인성교육은 야속하게도 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습관화’되었을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인성교육의 ‘체화(體化) 시간’을 좀 줄여보고자 1980년대부터 학교폭력의 진통을 겪으면서, 20여 년간 인성교육의 해법을 모색해 온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미국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의 가장 큰 특징은 ‘개개인의 변화’보다 ‘모든 구성원들의 조화로운 삶’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성교육은 ‘나와 타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윤리가치를 이해하고, 강조하며, 실행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가르치는 일’로 정의된다.

핵심적 윤리가치를 습관적으로 행하다보면,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1년 ‘낙오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 법령을 제정하면서 제시된 ‘진정성과 신뢰성(trustworthiness)·존중(respect)·책임(responsibility)·정의 및 공정(justice and fairness)·보살핌 및 베풂(caring and giving) 그리고 시민덕성 및 시민정신(civic virtue and citizenship)’이라는 여섯 가지 인성교육 덕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은 ‘예(禮)·효(孝)’와 같은 전통적 가치를 앞세운 반면, 미국의 인성교육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민교육’으로 매듭짓고 있다. 물론,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를 성립시킨 역사적 시대정신이 반영됐을지 모른다. 또한 다양한 이민족이 한데 섞여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했던 나름의 국가적 과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 가치를 가진 사람에게 유난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우리나라 역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의 인성교육에서 벤치마킹할 그 첫 번째는 바로, ‘진정한 인성교육의 방향’이다. 인성교육은 학생들이 예의범절을 익혀 어른을 공경하고, 욕을 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은 이상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체제에 순응하는 모나지 않은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취향과 가치가 모두 존중되어야 하는 것’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인성교육 즉, ‘서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각자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미국 인성교육의 두 번째 특징은 인성함양이 학업성취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인성의 함양자체가 교육의 최종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장 모범적인 인성교육 사례는 미시간주(州) 교육부가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채택한 Policy on Quality Character Education이다.

좋은 인성과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초는 여섯 가지 핵심적인 윤리가치의 확산에 있다고 보는 미시간 주의 인성교육은 종합적·의도적·실제적이다. 모든 교육과정과 접목하여 인성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핵심적 가치를 학생들의 지도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특별 활동 프로그램, 어른들의 모범이 되는 행동, 그리고 훈련 과정에 이르러 모두 반영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 함양에 인성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주의 깊게 듣기, 주변 돕기, 중요한 결정 내리기,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감정 조절하기 등과 같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Skill)을 익히고, 학교나 사회에서 적용해보고, 평가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이러한 미시간 주의 인성교육 사례는 더불어 사는 정신이 ‘체화(體化)’되어 지속적인 행동변화, 나아가 습관의 변화를 불러오게 하는 ‘가치내면화 차원의 교육’을 위해 모든 교육과정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동 작업을 해야 함을 우리에게 시사해준다. 2007년 6월부터 41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미시간 주의 인성교육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인성교육은 교육과정에 접목되어, 학교생활 전반에 연계·시행된다. 학교차원에서 인성교육 원칙을 수립하며, 구체적 실행을 철저히 감독한다. 또한 학업성취와 구분되지 않도록 인성함양 자체를 교육의 최종목표로 둔다.
둘째, 초등학교 인성교육은 ‘자신’을 중심으로, 중학교 인성교육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다. 또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 적용하되, 중학생에게도 주제와 관련하여 유연성 있게 수정·시행한다.
셋째,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인성함양과 교육자료 제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민간부문 비영리 전문기관의 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인성교육의 세 번째 특징은 교사 자신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44개 주 18,000개의 교실에서 적용되고 있는 미국 인성교육원(American Institute For Character Education)의 교육과정과 미국의 대표적인 인성교육협회(Character Education Partnership: CEP)가 제시한 ‘효과적 인성교육을 위한 원칙(Effective Character Education)’을 살펴보자.

첫째, 학교는 배려의 공동체(caring community)를 만들어 가야하며, 학생들이 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또한 모든 학습자를 존중하고 학생들의 특성을 발달시키며, 학생들이 성공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미 있고 도전적인 교육과정(academic curriculum)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도록 교육해야한다.
둘째, 학교는 학생을 돕는 공동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인성교육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윤리적 학습 공동체(ethical learning community)로써 역할을 한다. 또한 학교의 전반적 문화와 분위기, 인성교육자로서 학교운영진이 기여한 정도, 학생의 인성함양 등을 평가한다.
셋째, 학교 공동체는 인성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 가치인 ‘보살핌, 정직, 공정함, 책임감, 자신과 타인을 존중함’과 실천적 가치인 ‘근면, 최선을 다함, 인내, 비판적사고, 긍정적인 태도’를 증진시켜야 한다. 이때, 인성은 사고(thinking), 감성(feeling), 행동(doing)을 모두 포괄(comprehensive)하며, 의도적(intentional), 친행동적(proactive) 접근 방법을 활용하여 개발한다.

진부하지만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아이’로 봐줄 때, 학생들도 자기반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나와 다르다고 따돌리는 문화’가 없어 질 것이다. 교사가 먼저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몸소 실천할 때, 학생들 역시 ‘너와 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성교육 속에는 아직 전통적 가치관이 많이 남아있다. 시대는 변했다. 인성교육이 단순히 예절교육에서 머물지 않고, 이 시대가 진정 원하는 인성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힘들겠지만,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시작해보자. 교육을 통해 ‘인성’이 습관처럼 베인 아이들이 사회로 나간다면 10년, 20년 후 우리사회의 모습은 그 어느 나라보다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미국인성교육원이 제시한 교육과정>

유치원 전(Pre-kindergarten)과 유치원의 행동목표
관용, 공정, 도움, 친절, 정직 그리고 가정에서 너와 나, 학교에서 너와 나, 이웃 간의 너와 나.

1학년의 행동목표
관용, 친절, 도움, 예의바름, 정직과 진실, 정의, 선택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시민권의 자유, 개인으로서의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와 경제적 안전보장의 권리

2학년의 행동목표
관용, 친절, 도움, 정직과 진실, 정의와 관용, 시간과 재능의 사용, 선택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시민권의 자유, 개인으로서의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와 경제적 안전보장의 권리

3학년의 행동목표
용기와 신념, 관용, 친절, 도움, 정직과 진실, 정의와 관용, 시간과 재능의 사용, 선택의 지혜, 언론의 자유와 시민권의 자유, 개인으로서의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와 경제적 안전보장의 권리이다.

4학년의 행동목표
용기와 신념, 관용, 친절과 유익함, 정직과 진실, 명예, 정의와 관용, 시간과 재능의 사용, 선택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시민권의 자유, 개인으로서의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와 경제적 안전보장의 권리이다.

5학년, 6학년,
중학교(7-9학년)의 행동목표
용기와 신념, 관용, 친절과 유익함, 정직과 진실, 명예, 정의와 관용, 시간과 재능의 사용, 선택의 지혜, 언론의 자유와 시민권의 자유, 개인으로서의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와 경제적 안전보장의 권리.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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