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서시’, 이육사의 ‘광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40년대에 쓰인 시구가 아직도 가슴에 치명적인 감동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이들의 시가 단순히 예술을 추구한 것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자기 삶의 지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기 성찰적 시를 쓴 윤동주는 그 살벌한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역사가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을 따르고자 애썼는지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6년 초 개봉한 영화 <동주>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를 딱딱한 교과서의 몇 문장으로만 배우고 가르쳐왔던 우리들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시라는 언어를 통해 깊은 사유를 전달하고, 시대의 아픔을 시어 하나하나에 담아내고 있는 윤동주의 삶과 시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시를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도 낮게 읊조리는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동주> 줄거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교육적 관점으로 깊이 들춰보기
윤동주 시의 재발견과 깊이 있는 감상
윤동주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영화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명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시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만들어진 윤동주의 시는 대사와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문학이란 이렇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기계적인 해석만 해왔던 교실에 진한 감동으로 시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의 가치
영화 중반부에 동주와 몽규는 거칠게 논쟁한다. 몽규는 시의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동주는 ‘시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사유를 담을 수 있다’고 항변하며, 강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그를 괴롭혔던 생각은 다름 아닌 ‘문학을 한다는 것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닐까’라는 ‘부끄러움’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시가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본다면 문학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
어두웠던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윤동주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 시 쓰기를 바라고,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고 자조 섞인 독백을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때보다는 살만 하니까, 우리는 시를 더 많이 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시를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너무도 나태한 마음으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채 허상을 좇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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