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다른 이와 타협하지 않는 ‘츤데레 아저씨’

2016.10.01 09:00:00

책 <오베라는 남자> 활용 수업

최근 ‘츤데레’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츤데레’라는 말은 일본어 ‘ツンデレ’에서 비롯된 말이다. ‘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드러난다’(위키백과)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남자’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예전으로 치면 ‘까다로운 남자’쯤 되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 책에서 만나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인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역시 ‘츤데레 아저씨’, ‘까다로운 아저씨’이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에서 생각해보면 ‘까다로운 남자’, ‘나쁜 남자’의 성격은 ‘옳다’고 평가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원만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를 위한 배려와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데, 주인공 오베처럼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환영받기 어려운 성격이기 때문이다.

오베와 같은 성격은 사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 말년에 와서도 이러한 성격을 바꾸지 못해 오해받는 모습 등 전통적 가부장사회 속 우리 ‘아버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이러한 우리네 아버지 모습을 머나먼 나라,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까칠하기 그지없는 오베의 이야기는 출판계는 물론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학생들과 함께 까다로운 오베 아저씨를 만나보며, 최근 ‘츤데레’, ‘까다로운 남자’, ‘나쁜 남자’가 유행하고 있는 현상 등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자. 또한 오베의 행동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규칙과 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면 더욱 재미있고, 풍부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들춰보기
까다로운 오베씨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까?

까칠함에 대한 매력
사람들은 ‘까칠함’을 무조건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큰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오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일들에 완고한 자신만의 고집으로 대응하는 오베의 모습을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왜 까칠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사연을 이해하면 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떤 이의 삶의 편린(片鱗)들을 바라보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평생의 시간이 만들어낸 삶의 색채
<오베라는 남자>를 읽다 보면, 오베의 삶을 색상에 비유한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기계적 일상의 반복과 합리적 이성에 의존하는 그의 삶에는 웃음을 찾기 어렵고, 감정이 배제되었기에 무채색 혹은 색이 없는 삶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반면 아내의 모습은 화려한 색으로 그려진다. 무미건조했던 오베의 삶에 빛과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그래서 아내가 죽은 후 오베의 삶은 다시 어두워진다. 이처럼 사람들의 삶은 색채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색으로 우리 삶의 캔버스에 색칠해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죽음에 관한 고찰과 접근
오베는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삶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죽음의 세계로 향하지는 않는다. 평상시 그의 성격에 맞게 철저하게 준비한다. 무엇을 입고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자신의 장례비용과 자신의 유품 처리에 관한 부분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한다. 하지만 이웃들과 이런저런 사건들을 통해 생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된다. 인간은 자유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죽음만큼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영역이다. 오베의 선택과 관련하여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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