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일본을 강대국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미국을 초강대국이라 한다. 강대국 중에서도 가장 강한 나라라는 뜻이다. 초강대국 미국이 자랑하는 것 중에 항공모함이 있다. 항공모함(航空母艦)이란, 항공기를 싣고 다니면서 뜨고 내리게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큰 군함으로 웬만한 나라의 국방력과 맞먹기 때문에 그 나라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따라서 대부분 자기나라의 존경하는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배 이름을 짓는다. 예를 들면 워싱턴, 아이젠하워, 루스벨트, 링컨, 트루먼, 레이건, 부시 등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미 핵 항공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광의 인물들이 있다.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해군총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 50여 년 간 하원의원을 지내며 해군 증강에 기여한 칼 빈슨, 자기 딸이 항공모함 건조를 위해 애쓴 존 스테니스 전 상원의원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 체스터 윌리엄 니미츠 제독의 리더십이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니미츠 제독은 미국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제2차 대전 중에 태평양 최고사령관으로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 솔로몬섬 전투의 작전을 계획하고 일본군의 침공을 격퇴시킨 인물이다. 1944년에 미국 해군 사성장군이 되었으며, 제2차 대전이 종전된 1945년 11월에는 상원에서 해군 참모총장으로 지명되었다.
니미츠는 해군에 입대하면서부터 철저히 준비된 리더였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하루는 해군 제독이 급하게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사성장군 견장 한쪽이 떨어져나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밖에서 사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군내 방송을 통해 사성장군 견장을 소지한 사람이 있으면 빨리 가져오라고 방송했다. 그때 니미츠 소령이 사성장군 견장을 가지고 달려왔다. 이로 인해 행사를 무사히 마친 제독이 부대로 돌아와 니미츠 소령을 불러 자네는 소령인데도 어떻게 사성장군 견장을 가지고 있냐고 묻자, 니미츠가 말했다. 결혼 초였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출근하는 저에게 당신은 꿈이 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망설임 없이 장차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군의 제독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다음날 사성장군 견장을 사다가 저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의 해군 제독님, 오늘도 무사히 다녀오셔요.” 그때부터 저는 사성장군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니미츠 제독은 불통에다 독불장군식의 리더십을 드러냈던 다른 장군들에 비해 부하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으며 불간섭, 원칙주의, 청렴함, 포용력을 갖춘 그야말로 요즘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리더십을 갖춘 장군이었다. 이런 리더십이 생사를 가르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국가의 명운과 세계의 명운을 짊어지고 가까이는 부하들의 생사를 책임진 사령관으로서, 그 중압감이 대단했을 텐데도 자신의 소신을 철저히 지켜나간 니미츠의 리더십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왕적 절대 권력이 판을 치던 군대에서 자신을 철저히 다스리며 남과 소통하며 남에게 한없이 관대하던 그만의 리더십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냈는가를 보면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니미츠야말로 진정한 리더를 간절히 염원하는 우리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