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의 생활화가 시급하다

2016.12.02 12:23:41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드라마 설정이 아쉽기만 하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법의 기준이 모호하여 다소 혼선을 빚긴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나마 정착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퇴근 무렵, 3학년 부장이 급히 나를 찾아 왔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바로 직전, 교직원 대표로 연수를 다녀온 탓일까? 언제부턴가, 법 조항 해석이 애매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교사들은 나를 찾아와 작금의 상황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를 묻곤 한다.


3학년 부장은 졸업에 즈음해, 사진관에서 3학년 담임에게 무상으로 지급해 오던 졸업앨범을 받는 것이 김영란 법에 저촉되는지를 물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졸업을 기념하여 앨범 제작업체에서 3학년 담임에게 졸업앨범을 무상으로 지급해줬다.


그런데 김영란 법이 시행 이후, 이것 또한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 나와 올 고3 담임은 사진관으로부터 졸업앨범을 무상으로 못 받게 될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굳이 앨범을 보관하고 싶다면, 담임이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 모두를 3학년 부장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이 내용을 3학년 담임에게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3학년 부장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목요일 저녁,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TV를 시청했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즐겨보는 연속극 하나 제대로 없다. 그래서일까? 리모컨을 들고 부담 없이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모(某) 방송국 한 드라마 장면에 시선이 멈췄다.


드라마 속 장면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 공세를 퍼붓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이들의 단순한 행동이라기에는 도가 지나친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학교 차원에서 교사와 학생, 나아가 학부모에게 이 법에 대한 취지를 반복해서 교육했으리라 본다. 따라서 학생이라면 이 법에 대한 기본 취지 정도는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드라마 속 아이들의 선물 공세는 분명 부정청탁금지법에 어긋나는 사항이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제재 없이 이런 장면을 내보낸 것 자체가 방송국의 잘못된 처사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친손녀 딸을 잘 봐달라며 담임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건네는 드라마 속 할머니의 모습은 현실을 거슬리는 한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품권을 건네는 연기자의 멘트와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실 이야기와 너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런 장면이 김영란법을 무색하게 하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물론 이 드라마의 본질은 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최순실 모녀 때문에 국민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더 화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안 받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TV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드라마 속 장면과 연기자의 멘트 하나하나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마치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리고 ‘이젠 괜찮겠지.’, ‘아무도 모르겠지.’ ‘딱, 한 번만.’하는 생각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법이 정착될 때까지 아직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법을 생활화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정과 청탁으로 만연된 사회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기(氣)를 꺾어 놓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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