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자율’ 준다면서 부담만 늘렸다

2017.01.05 21:56:03

서울시교육청 2017 주요업무계획 발표

생소한 사업항목 늘어…교원 업무부담 가중 우려
혁신예산도 대폭 확대…양보다 내실 있는 운영을
교육지원팀‧학년부 체제 전환, 업무경감 도움 안 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업무계획을 모두 실행에 옮기려면 교사들은 철인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4일 ‘2017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혁신학교, 공모사업 학교선택제 등 조희연 교육감의 대표 정책이 확대되는데다 중학교 협력종합예술활동, 서울미래교육 상상프로젝트 등 생소한 정책들이 도입돼 교원들의 혼란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해에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업무경감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며 “학교와 교사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업무경감은커녕 교사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무조건식의 정책 추진은 교육감이 강조한 자율성과 모순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지난해부터 추진된 ‘공모사업 학교선택제’의 경우 지난해 11개 사업(필수 3개, 선택 8)이었던 것을 올해는 총 31개 사업(필수 3개, 선택 28개)으로 늘린다. 조 교육감은 “학교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확보해 ‘학교 자치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현장 교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택 과제를 보면 ‘학교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동아리 운영’, ‘중2혁신자유학년제’, ‘예술꿈 버스 지원’, ‘Connecting Classrooms 프로젝트’ 등 제목만 봐선 어떤 사업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서울 A중 교사는 “공모사업 학교선택제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한데 확대한다고 하니 항목 파악 등 담당자 업무가중이 우려된다”며 “한두 가지라도 내실 있게,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운영을 바란다”고 꼬집었다. 
 
새로 도입되는 중학교 협력종합예술활동은 3년 중 최소 1학기 이상을 교육과정 내에서 뮤지컬, 연극, 영화 등의 활동에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제도다. 교당 500만 원의 운영비, 연습실 구축비, 공연시설 리모델링비 등 총 40억 7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 B중 교사는 “협력 경험을 굳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강사를 지원해준다 해도 결국 담당교사에게는 업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해 내놓은 ‘학교업무정상화’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무를 교육활동 및 교육활동지원(교육지원, 일반행정)으로 재구조화 하고 교육지원팀과 학년부로 체제를 개편하라는 것이다. 
 
서울 C초 교감은 “교사들이 서로 담임만 맡으려해 갈등이 생길 것이고 행정업무를 오랫동안 맡은 교사는 학생지도에 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교육활동지원팀 교사에게 강사료를 지급해 기피현상을 막겠다는 보완책 역시 별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B중 교사도 “작년부터 학년제로 운영하라는 공문이 엄청나게 왔지만 교사들의 반발로 못하고 있다”며 “업무의 양은 정해져 있기에 인력지원이 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혁신학교는 127교에서 160교로 확대되며 서울형혁신교육지구도 20개에서 22개로 늘어난다. 이밖에도 학생회운영비, 학부모회 운영비가 대폭 늘어 ‘생색내기 예산’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학생회운영비로 초등 50만 원, 중‧고교 100만 원이 모든 학교에 지원되며 학생참여예산제 비용 200만원도 전체 중‧고교에 투입된다. 학부모회 운영비는 전체 학교에 교당 100만원 씩, 학부모회실 설치비도 교당 500만원(180교)이 편성됐다. 
 
서울 A중 교사는 “학부모회  네트워크 명단을 내라, 연수 참여자를 추천하라는 등 학부모회 운영으로 학교를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며 “억지 참여가 아닌 자발적 참여가 일어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은 논평을 통해 “혁신학교‧혁신지구, 공모사업 학교선택제 확대 등 양적인 변화보다 학교 운영비, 교육환경‧시설개선 등 내실 있는 학교 지원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학생, 학부모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교권침해 등 교원을 위한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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