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당신 말처럼 휘발유값만 없앴네”

2017.01.26 18:35:47

재활용품 판매 도전 실패기

당신은 쓸 만한 재활용품을 팔아본 적이 있는가? 젊은이들이라면 인터넷 판매를 택하겠지만 우리는 발품을 택했다. 바로 어제 우리 부부는 중고물품 팔기에 도전했다. 성공했을까 아니면 실패했을까? 완전 실패다. 팔려고 가져간 그 물건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우리 부부는 여기서 인생의 많은 것을 깨달았다. 비록 물건은 팔지 못했지만 많은 교훈을 얻은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도대체 한 번 물건을 구입하면 버리지 못하는 나. 아내는 사실 나와는 달랐지만 부부가 되다 보니 그 습성이 조금은 닮아갔다. 그러니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그대로 쌓여 있다. 심지어 딸이 사용하는 방은 이제 방이 아니다. 물건을 쌓아 놓는 창고가 되었다. ‘언젠가 치워야지마음만 먹지 실행을 못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브라운관 TV. 디지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시대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 TV를 사용하는 가정은 없는 듯하다. 아마도 박물관에나 가야할 것이다. 그런 TV를 우리 집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보다 못해 누님이 5년 전 3백만 원을 건네면서 최신식 TV로 교체하라고 한다. 구닥다리 물건을 사용하다가 누님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드디어 결행의 말이 왔다. 그 돈으로 최신식 디지털 TV를 샀다. 오늘 오후에 배달이 되어 들어온다. 이런 사실을 누님에게 보고하니 잘 했다! 우와, 멋있겠다라는 답이 왔다. 서울에 있는 딸에게도 소식을 전하니 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리 집 TV가 바뀌다니…….”부모의 물건 구입 행태를 아는 딸이기에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새 TV를 맞이하는 준비로 거실 받침대용으로 쓰이는 장식장을 정리했다. 20년 전에 사용했던 플로피 디스켓, 비디오 테이프 등을 정리하니 한 바구니가 된다. 이 디스켓, 테이프는 이제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지금은 휴대하기 편한 조그마한 USB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디스켓을 정보보호와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과 철제로 해체하여 버린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커피포트와 빵을 굽는 토스트기가 나왔다. 사용하는데 기능에 아무 이상이 없고 토스트기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이다. 그리하여 아내와 의기투합하여 재활용품점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첫 코스는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율전동. 아무래도 이 물건들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있었던 재활용품점이 보이지 않는다. 실패다.

 

다시 장안문 근처 영화동 재활용품 매장을 찾았다. 주인은 두 물건의 상표, 생산년도, 기능 등을 자세히 살피더니 구입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능이 우수해도 생산된 지 오래된 물건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비자가 찾지 않을 것이다. 이 곳 매장의 전시된 물건을 둘러보니 중고매장이 아니다. 중고이지만 신제품과 같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런 물건을 찾나보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두 물건을 팔고 손에 쥐어야 할 돈을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상인들은 우리가 가져간 물건에 관심이 없다. 몇 천 원 정도만 받아도 성공이다. 그대로 집에 갈 수는 없어 탑동에 있는 재활용매장을 찾았다. 주인은 물건을 대강 보더니 23년 된 최신 제품이 아니면 손님이 찾지 않는다고 조언을 준다.

 

요즘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이 고장 나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싫증이 나면 버린다고 한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데도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이 버리는 물건을 팔려고 중고매장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산 것이다. 그냥 거저로 주어도 안 가져가는 물건을 돈을 받고 팔겠다고?

 

필자의 유년 시절, 보따리 장사를 하셨던 우리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소비자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오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열기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시면서 장사를 하려면 내 코에 든 피가 익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장사를 하려면 간과 쓸개를 다 내 놓아야 한다는 말도 한다. 장사를 하려면 체면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커피포트나 토스트기 필요하신 분, 그냥 가져가세요.”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