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가 무료로 제공하는 ‘가상교실’을 이용해 영어수업을 진행한 전상윤 경남 김해대청고(교장 정용옥) 교사가 제30회 한국중등영어교육연구회(KOESTA) 학술포럼 우수 수업사례 발표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24일 충남 예산에서 개최된 경연대회에서 전 교사는 지난해 2학기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을 영어수업에 접목한 사례를 발표한 결과, 사례의 일반화 가능성이 높고 교실수업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점수를 받았다.
전 교사가 활용한 ‘구글 클래스룸’은 교사와 학생 간 원활한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가상교실로, 교사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뒤 채점까지의 과정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비영리 교육단체는 무료로 사용 가능하고 담당교사에게는 무제한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전 교사는 영어학습의 핵심요소인 네 가지 기술(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을 향상시키기 위해 언제든지 영문자료, 영상 등을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활용해 예습을 할 수 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바로 답할 수 있는 웹 기반 도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구글 클래스룸을 접하게 됐다. 이어 우리나라 고교 영어교실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구상해 지난해 2학기 수업에 적용했다.
어휘학습용 문서, 유튜브 동영상, 인터넷 뉴스 등을 올려놓으면 학생이 확인한 후 댓글을 남길 수 있고 교사는 이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준다. 수업 전 관련 영상을 미리 제공해 수업참여를 유도하고,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교과서와 영상내용을 연결하면 학습 효과는 높아진다. 또한 수업 중 필요한 자료를 따로 저장해 수업 이후에도 학생들이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는 “특별히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다”면서 “모두 ‘구글앱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라 호환이 잘 맞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발표내용을 USB메모리에 담아오게 해 노트북에 연결해서 발표시키기도 했는데 파일 버전이 맞지 않아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이 경우 학생들은 특수효과를 써서 지나치게 화려한 자료 작성에만 치중, 교사가 의도했던 목표와 맞지 않게 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일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영작은 물론, 한 문서를 함께 만들 수 있어 영어 대본쓰기, 북 커버 만들기 등 협력과제도 가능하고 퀴즈, 발음교정, 학생이 본문 한 페이지를 정해 분석하고 발표하는 등 수업주체가 돼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에도 탁월하다.
다만 교실 밖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책임감을 갖고 수업자료를 미리 올려야 하는 일이나, 학생들의 댓글에 가능한 빨리 답해줘야 하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다. 또 학생들의 참여 여부는 강제하기가 어려워 모든 학생들을 구글 클래스룸으로 이끌어내는데 현실적 한계가 따른다.
전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태도나 적극성, 성취도 등이 자료로 남기 때문에 수행평가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만들었는데 학생을 강제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종이 없는 교실 구현도 가능하지만 종이교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고, 같은 학년의 다른 반이 이 혜택을 못 받는다면 불만이 나올 수 있어 같은 과목 교사들끼리 소통도 필요한 점 등은 앞으로 개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는 정용옥 교장선생님, 윤혜경 교감선생님께서 평교사들의 자유로운 연구를 장려한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인천, 대전시 등 일부 교육청은 구글을 차단해 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데 스마트 교실을 위해 교육당국도 이런 작은 부분부터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