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발 학제 개편, 교육 현장 “우려”

2017.02.10 13:38:27

4차 산업혁명, 18세 선거권 연계해 선거 이슈화
교육계 “교육 문제 원인도, 만병통치약도 아냐”
특정 학년 경쟁 상대 2배·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학제 개편 논의가 가염되는 가운데 교육 현장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만3세부터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창의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대학 입시로 왜곡된 보통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사교육을 혁명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라며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해 2년간 학점을 쌓고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지, 직업학교로 진학해 직업 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닐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개혁과 보통교육 정상화, 학제 개편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지지했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의원들의 학제 개편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일제 때부터 70년 간 존속된 6-3-3 학제를 2-5-5-2로 하겠다는 것이 바로 창의교육”이라며 교육부장관에게 장기적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같은 당 유성엽 교문위원장도 “국방의무까지 있으니 학제 개편을 통해 (학교 졸업연령을) 낮출 필요도 있고 18세 투표권 문제 해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아이들의 성숙도를 보면 5세로 초등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에 찬성하는 편”이라며 “선거연령 18세와도 맞물려 있다”며 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제 개편이 몰고 올 파장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이 없는 선언적 수준인데다 18세 선거권과 연계시키는 모습에 ‘정치·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 의원 15명이 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교육혁명 토론회’에서 교육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는 “새로운 학제가 도입되는 특정 학년에 2배의 학생이 존재하게 되면서 그 학생들은 2배의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개편안을 대학 입학 연령을 3년이나 앞당기고 있는데 이는 노동인력을 빨리 사회에 배출하려는 후진국형 학제이며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조기 입학·진급·졸업을 통해 학생 능력에 따라 기본 학제의 틀을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만 5세를 학교교육에 편입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 초등학교 공동화와 중학교의 과밀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행 학제가 교육 문제의 원인이 아닌 만큼 학제 개편이 그 해법이 될 수도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는 “지금의 학제는 국민의 주된 불만 대상이 전혀 아니다”라며 “학제개편이 성공했다고 해도 입시경쟁의 고통,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지금의 교육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도 “교육 공약을 이슈화하려는 의도로 학제 문제를 여러 교육 문제의 원인으로 부풀리고 있고, 학제 개편을 지나치게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 문제의 핵심은 대입제도에 있다”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