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 비결? 첫 만남서 이름 부르세요”

2017.02.25 18:33:24

공기택 경기 동원고 교사, 25년 실천 신학기 노하우
개학 전 1주일 이름 외워…아이들 감동, 교사 신뢰
집단상담 후 개별상담, 친밀감 높이고 마음 더 열어





2월 중순이 되면 공기택 경기 동원고 교사는 담임을 맡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으로 신학기 준비를 시작한다. 번호순으로 외우고, 사진 속 얼굴과 대조하며 일주일 정도 외우기를 반복한 후 개학일이 되면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한명 씩 불러준다.
 
공 교사는 25년째 이런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특히 신입생들에게 효과적”이라며 “처음 보는 사람이 이름을 알아주고 불러줬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라워하는 한편 감동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 불러주기’를 모든 일의 시작으로 여긴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셨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며 “이름이 불릴 때 자신이 인정받고 있음을 느끼고, 또 자신을 인정해준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 교사는 “학기 시작 전, 일주일 정도만 투자하면 1년 농사가 저절로 이뤄진다”며 “이름을 불러준 후부터는 교사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또 선생님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포토샵 때문에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고,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익숙하게 불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믿음을 갖게 됩니다. 사전에 외우지 못했다면 학기 초 일주일은 번호 순으로 앉혀 이름부터 외워보세요. 이름을 다 외웠다면, 다음단계는 ‘상담’입니다.”
 
그는 학기 초에 개별상담보다 집단상담을 해 볼 것을 제안했다. 아이들과 아직 친숙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개별상담을 해봤자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고 교사 또한 성적과 환경 등에 대해 취조하듯 질문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7~8명씩 나눠 1개조씩 상담을 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합니다. 담임이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공기택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옆 학생이 ‘저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공기택 선생님 옆의 축구를 좋아하는 000입니다’라고 앞사람들의 자기소개에 ‘수학을 잘하는’, ‘잘 웃는’ 등 자신의 장점 및 특성을 덧붙이며 한 바퀴를 도는 겁니다. 이렇게 20분정도 소개를 마치고 나면 서로 꽤 친숙한 상태가 되죠.”
 
공 교사는 “집단상담을 통해 마음을 연 후 개별상담을 하면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꺼내게 된다”며 “이 모든 활동의 핵심은 아이들을 인정해주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적이 대학을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해버린다”며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그림이든 춤이든 학생의 재능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500명 중 460등으로 입학해 모든 일을 삐딱하게 바라봤던 여학생이 있었어요. 처음 이름을 불러줬을 땐 선생님이 ‘쇼’를 한다 생각했다더군요. 저는 되레 ‘너는 참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구나’하고 칭찬해줬죠. 아이는 어느 날 공부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찾아왔고 결국 3학년 때 전교 5등을 했어요.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냐고요? 이번 신학기에 ‘이름 불러주기’와 ‘집단상담’ 이 두 가지만 실천해보세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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