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어린이집 개설해 보육 업무와 책임 전가해선 안 돼

2017.03.02 23:53:55

공실 있는 학교 없어, 학교 시설 관리 활용은 학교장의 경영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사용하자는 법안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남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의 내용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설치 등을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제12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현장을 모르고 시행하는 포퓰리즘식 정책 접근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 즉 학생 수 감소 등으로 남는 교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어린이집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다.

남 의원 등 법안 발의 의원들은 발의 이유로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저렴한 비용, 질 높은 서비스 등으로 수요가 높지만 2016년 12월 현재 국공립은 전체 어린이집 4만1084개소의 6.9%(2859개소)에 불과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일부 시·도에서 이미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고, 유치원-어린이집 연계 시범 유치원을 운영 중인 것을 걸고 넘어졌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간과한 격이다. 왜 이들 시·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은 노정하지 않는 것인가? 한 마디로 예산이나 인력 등 대책 마련 없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왜 학교에 전가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초등학교에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에 이어 어린이집 역할을 떠맡기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초등학교 유휴교실 활용은 단순히 장소만 빌려주는 게 아니고 결국 그 관리와 책임을 학교가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현재도 전국의 초등학교는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 운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학부모 수요가 있으면 무조건 학교가 하라고 하는데 정말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선 초등학교는 지금도 예산 부족과 정규직 전환 등 인력 문제,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잇따르는 각종 안전사고, 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와 학교의 관리도 문제다. 법령상으로도 초등학교에 어린이집 역할을 맡기는 것은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유휴교실 활용은 단순히 장소만 빌려 주는 게 아니고 결국 그 관리와 책임을 학교장이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이며 일단 초등학교에 어린이집을 개설하면 그 후부터 초등학교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표 발의를 한 남 의원측은 “보육 문제 경감을 위해 지자체와 학교가 뜻을 모을 경우 유휴교실을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일단 초등학교에 어린이집을 개설하면 초등학교의 업무와 책임 가중이 명약관화한데 이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 

임의조항이지 절대 어린이집 설치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법적 규제가 풀리면 학교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는 일부 시·도의 학교들이 협소한 주차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초등학교 교실은 초등교육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별도 공간에서 운영돼야 한다. 시설 관리, 안전사고, 아동학대 등 최근 어린이집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철회돼야 한다. 만약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이 있다면 학교장과 교직원들이 학생교육에 적정하게 사용토록 행정을 하면 된다. 현재 초·중등 학교를 막론하고 그냥 비워둔 유휴교실은 없다. 각 학교장이 필요에 의해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활동, 공동 학습실, 교과교실 등으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를 강제해 국공립 어린이집화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지나친 포퓰리즘식 정치 행위다. 학교의 시설 관리는 단위 학교장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초등학교에 어린이집까지 개설하는 것은 하나만 알지 둘은 알지 못하는 아주 근시안적 접근이다. 학생 수가주니 남는 교실을 어린이집 시설로 활용하자며 학교에 보육 책임을 전가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치인의 입법 발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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