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의 야생화, 노루귀에 흠뻑 빠지다

2017.03.19 16:12:28

오랜 만에 아내와 함께 하는 토요일을 맞았다. 토요일을 뜻 있게 보내려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아침 식사 후 앞 베란다의 난() 화분에 물을 주었다. 교직에 있을 때부터 가꾸어 오던 것인데 20여 개의 난이 겨울을 이겨내었다. 보름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있는데 푸르름을 자랑하며 잘 자라고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사랑초이다. 커다란 사랑초 화분의 줄기가 겨우내 무성함을 잃었다. 지난 2월 거름흙을 넣어 주니 다시 줄기가 번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매일 엷은 분홍색 꽃을 여러 개 피운다. 이 화분 속에 심은 완두콩은 씨앗마다 떡잎을 올리고 새로운 생명력을 싱싱하게 보여준다.

  

우리 부부가 해마다 봄이 되면 봄꽃을 찾아 떠난다. 안산 수암봉의 야생화, 안양 수리산의 야생화, 광교산 수변 산책로의 봄꽃은 해마다 우리들에게 기쁨을 준다. 오늘은 수리산 야생화를 찾으러 떠난다. 안양 병목안에서 수암천을 따라 올라가면 제2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현장에 도착하니 벌써 야생화와 조우하러 온 사람들이 보인다, 일컬어 야생화 매니아들이다.

 

그들에게 다가가면 아생화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을 가까이 가서 보니 희끗희끗한 머리가 나보다 연장자다. 노년이 되어서도 젊은이들 기력 못지않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건강하게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들의 뒤를 쫒으니 그들은 하얀색의 노루귀를 촬영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노루귀 몇 장을 사진에 담았다

  

이제 장수옹달샘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산악회 현수막을 내걸고 둥그렇게 앉아 점심을 먹는 일행이 보인다. 시각을 보니 정오다. 우리는 점심시간이지만 우선 야생화를 촬영하고 식사를 하려는 계획이다. 아직 시기가 일러서인지 현호색 꽃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노루귀 군락이 보인다. 노루귀는 낙엽 속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줄기를 올려 꽃을 피운다.

 

여기도 야생화를 찾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만 10여 명이 넘는다. 야생화 초보와 중급, 매니아를 구별하는 방법 하나. 카메라와 복장이 다르다. 갓 입문한 초보들은 휴대폰으로 촬영한다. 매니아는 무거운 배낭 속에 카메라 장비가 들어 있다. 깔개와 삼각대도 있다. 그들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야생화 앞에서는 10여 분 이상을 머문다. 자세를 바꾸어 가며 촬영 조건을 다르게 하여 여러 번 셔터를 누른다.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주로 만난 사람들은 60대 이후의 사람들이다. 하산하면서 촬영하는 한 무리의 30대 여성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니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야생화를 교육에 도입하면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야생화 사랑은 야생화 이름 알기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그들은 지금 이것을 실천하고 있다. 휴대폰에 담긴 사진은 아마도 제자들에게 전달되리라.

 

1시간 정도에 노루귀 사진만 수십 장을 촬영했다. 아내는 바위에 앉아 배낭을 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야생화가 좋더라도 뱃속을 못 속인다. 나도 덩달아 과일로 시장기를 대신한다. 아내는 휴대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동영상에는 해설도 담는다. 아마도 교실에서 활용하면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까이 있는 작은 능선 하나를 넘어 다른 계곡으로 하산이다. 하산 길에 하얀색의 바람꽃이 청초하게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바람이 부니 낙엽이 계곡 쪽으로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뿐 아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린다. 산에 오니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자연에 취해 배고픔도 잊고 산속에서 두 시간 반을 보냈다.

 

해매다 이곳에서 왜 야생화를 찾나요?” 아내에게 물었다. 야생화를 보면서 봄이 왔음을 느낀다는 답이 돌아왔다. 춥고도 모진 겨울을 이겨낸 야생화다. 오늘 발견한 노루귀와 바람꽃은 줄기가 가늘기만 하다. 그 가느다란 줄기로 무거운 낙엽을 밀어 올리고 꽃을 피운다. 봄철 야생화는 생명력을 기운차기도 한다. 야생화에서 삶의 굳센 의지를 배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