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텃밭, 시농제에서 기원한 것은 '풍작' 아니다

2017.04.10 09:41:12

8일 오전, 일월공원 행복텃밭 시농제 갖다

얼마 전 문자 하나를 받았다. 48일 오전, 일월공원 행복텃밭에서 2017년 시농제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회원들 간에 인사를 나누고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라는 것이다. 준비물은 개인 농기구와 함께 나누어 먹을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란다. 어떻게 할까? 당연히 참석이다. 참석해서 농사법을 한 수 배워야 한다.

 

그러고 보니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땅을 일구고 퇴비를 주어 땅의 힘을 강화했다. 나도 지난 3월 퇴비 두 포대를 텃밭에 뿌려 농사 지을 준비를 했다. 아내는 공원녹지사업소가 주관하는 텃밭 운영자 교육에 참석하여 유용한 정보를 깨알 같이 적어 왔다. 텃밭 농사 정보를 남편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농제에 나갈 준비를 하였다. 호미 하나를 챙기고 감귤 3개를 종이 가방에 넣었다. 다른 분들에게 간식을 주려는 의도다. 다른 분이 가져온 음식을 먹기만 해서는 아니 된다. ‘기브 엔드 테이크(Give and Take)’. 먼저 주고 나중에 받아야 한다. 아마도 다른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1030분 행복텃밭에 도착하니 수원공원사랑시민참여단 김태현 회장이 반가이 맞아 준다. 오늘 시농제 행사를 주관하고 우리들의 활동을 인도할 분이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리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농기구 보관 창고 정리정돈이다. 창고 속에는 그 동안 우리들이 농사를 지으며 나온 쓰레기(?)가 가득하다. 퇴비 비닐푸대, 헝겊 자루, 비닐 봉투, 현수막 등이다.

 

김 회장은 바닥을 비로 쓸며 다시 창고 정리를 한다. 몇 몇 사람들이 창고 정리를 거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회장이 솔선해서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우리가 농사를 짓고 쌓아 놓은 대나무 더미가 통행로를 막고 있어 한쪽으로 쌓고 흘러내리지 않게 하였다. 텃밭 농사짓는 사람들이 부족한 것 하나가 뒷정리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텃밭에 가서 농사지을 준비를 한다. 검불을 거두어 내는 사람, 냉이를 캐는 사람, 삽으로 땅을 파서 엎는 사람, 호미로 잡초를 캐는 사람, 흙덩어리를 부수는 사람 등이 보인다. 내 텃밭에도 잡초가 있지만 나는 캐내지 않는다. ? 잡초라고 다 해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초와 더불어, 함께 농작물을 가꾸는 것이 텃밭이다.



참가자들이 원두막에 모였다. 시농제를 하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시루떡과 음료수, 막걸리를 준비하였다. 어느 분은 고구마 튀김을 꺼내 놓으셨다. 어느 분은 방울토마토를 꺼내 놓는다. 나는 감귤을 꺼내 놓고. 여기서 고구마튀김 주인이 한 말씀 하신다. “이 고구마는 바로 여기 텃밭에서 가꾼 것입니다.” 자기가 수확한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마음이 텃밭 운영자의 바른 심성이다.

 

이제 제()를 올릴 시간이다. 내가 농사 풍년 기원의 운을 떼자 김 회장이 이야기를 받는다. “우리가 텃밭 농사를 짓는 것은 농부들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풍성한 수확보다는 삼겹살에 싸 먹을 상추 정도가 자라면 됩니다.” 참으로 겸손한 태도다. 농작물 수확에 대한 욕심을 비운 태도다.

 

오늘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인 이종화 권선구 노인회장(83)이 한 말씀 하신다. “여기 모인 분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고 또 서로 간에 정을 나누게 해 주소서. 행복한 공원 텃밭을 가꾸게 해 주소서!” 참석자들이 모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 회장의 말씀에 공감한다는 이야기다.

 

이 자리에는 농촌진흥청 한경숙 박사도 동참했다. 올해에는 이 텃밭에 운영자들의 협조를 받아 건강기능성 텃밭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모종을 공급해 주면 운영자들이 심고 가꾸는 것이다. 김태현 회장은 토종씨앗을 운영자들에게 배부한다. 씨앗을 심으면 90%는 수확하고 10%는 종자를 받으라고 당부한다.

 

일월공원 행복텃밭은 해마다 2천 여 명의 외지인이 참관하러 오는 텃밭이다. 일월공원은 조경관리자에게 좋은 참고가 되며 일월텃밭의 공동화 사례가 논문에도 많이 인용된다고 한다. 오늘 시농제를 계기로 꽃과 함께 어우러져 자라는 행복텃밭을 기대한다. 농사를 짓는데 무농약, 무비료 등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텃밭 운영자들에게는 행복 가꾸는 것이 목적이다. 농작물 수확은 덤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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