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일월공원 텃밭에서 행복을 시작하다

2017.04.24 09:54:07

오늘은 일요일이다. 우리 가족이 일월공원 텃밭에 모종을 심는 날이다. 작년에 이어 2년차 텃밭 농사를 짓는다. 그 이전에는 땅이 없어 베란다에서 화분에 농사를 지었다. 고추농사와 방울토마토 농사였다. 그 기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텃밭에 욕심을 냈다. 그래서 작년에 수원시로부터 일월공원 텃밭을 무료로 분양 받았다. 분양기간은 2. 그러니까 올해가 2년차이자 마지막 농사다.

 

베란다에서 화분으로 짓는 농사는 농작물을 가까이에서 늘 볼 수 있어 관리하기에는 좋으나 식물의 자람에는 한계가 있다. 식물이 화분 속의 양분을 다 빨아들이면 그 다음부터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식물의 성장이 멈추는 것이다. 흙의 선택도 잘해야 한다. 작년도 사용했던 흙이나 남이 버린 흙을 재활용하면 어김없이 실패다. 화분의 여러 가지 단점을 텃밭은 해결할 수 있다.

 

서울에서 누님이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모종은 어제 미리 준비했다. 오목동에 위치한 수원농협 경제사업장에서 농부로부터 직접 구입한 것이다. 붉은 고추 모종인데 품종이 장수촌이다. 고추모종 20그루, 황금색 방울토마토 4그루, 일반방울토마토 4그루를 샀다. 고추모종 4천 원, 방울토마토 모종 값이 48백 원이다. 우리가 투자한 비용은 모두 88백 원이다.


 


밭의 모종 투자비용에 비해 우리가 얻는 것은 얼마일까를 생각해 본다. 산술적으로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최소 10배 이상이다. 도시농부가 농작물을 가꾸면서 얻는 정신적인 비용까지 합하면 무한대의 성과를 거둔다. 농사를 통해 얻는 교훈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작년에 고추, 토마토, 가지, 옥수수, , 배추 등을 가꾸면서 삶의 이치도 깨달았다.

 

아침식사 후 모종과 모종삽 등 준비물을 챙겨 일월공원으로 나갔다. 작년엔 아내와 같이 가꾸었지만 올해는 누님을 운영자로 추가하였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했다. 세 명이 일을 분담하니 일손이 가볍댜. 농기구 창고에 가서 쇠스랑을 가져와 땅을 편편하게 고른다. 누님은 잡초를 제거하고 돌을 골라낸다. 그리고 모종 심을 위치를 정한다. 아내는 조리에 물을 담아 준비한다.

 

작년과 다른 점은 작물의 심는 위치다. 작년에 고추를 심었던 곳에는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방울토마토 자리에는 고추 모종을 심었다. 이른바 돌려 심기라는 것인데 농작물마다 흙에서 빨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다. 배정 받은 땅이 그리 넓지 않아 모종 이식 작업은 금방 끝이 났다. 모종마다 대나무 지주도 세웠다. 마지막으로 물주기를 하였는데 무려 8통의 물을 주었다.


 


사실 우리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농사 준비를 했다. 지난달에 가축의 분뇨로 만든 퇴비 두 포대를 텃밭에 뿌렸다. 아내와 나는 삽으로 땅을 일궜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는 하지만 땅의 힘을 길러야 제대로 농사가 된다. 비료를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땅을 황폐화시킨다. 그래서 퇴비를 썼다. 아무리 좋은 품종을 심어도 지력(地力)이 약하면 열매는 튼실하지 못하다. 그것을 알기에 퇴비를 준 것이다.

 

작년과 또 다른 점은 텃밭 입구에 야생화를 심었다는 점이다. 이 일월공원 텃밭이 전국적으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데 농작물과 꽃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병충해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텃밭에 볼거리가 많아진다. 일부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손 타기 쉬운 방울토마토는 안쪽에 심었다. 이 방법은 텃밭 이웃들이 한 수 가르쳐 준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오늘 심은 고추와 방울토마토. 정성껏 가꾸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고추는 비타민의 공급원이 된다. 아삭아삭한 고추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방울토마토는 역시 비타민을 공급하는데 식후에 먹으면 뒷맛이 상큼하고 개운하다. 아마도 우리 가족이 먹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당연히 이웃에게 나눠줄 것이다.

 

두 시간 만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 다시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를 살펴본다. 고추농사를 지었던 화분에는 강낭콩과 분꽃이 자라고 있다. 한 달 전에 심었던 강낭콩은 벌써 꽃을 피웠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집 베란다에는 분꽃 향내가 자욱해지고, 분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까만 열매가 맺힐 것이다. 공원텃밭을 가꾼다는 것, 도시농부가 된다는 것, 식물을 가꾼다는 것은 행복을 가꾸는 일임에 틀림없다. 도시농부, 만세!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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