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고야 말았다. 가족의 달. 매년 반복되는 뻔한 선물 고민에 지쳤다면, 올해는 가족과 손잡고 극장에서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함께 좋은 공연을 관람하는 두 시간은 그보다 긴 대화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지피지기면 공연도 백전백승이라 했으니, 각 ‘타겟’의 취향을 고려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공연을 골랐다.
◆부모님을 모실 때=공연 관람이 익숙지 않은 부모님들에게는 좁은 좌석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일도 만만치 않게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여기에 특효약이 있다면 흡입력이다. 감동 넘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시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와 <친정엄마와 2박3일>은 딱 그런 작품들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돌아온 탕자, 아니 돌아온 아들딸. 젊을 적 집을 나간 아들은 15년 만에 엄마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못다 한 대화를 시작하고(<선녀씨>), 자기 혼자만 잘난 줄 알던 딸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엄마와 애틋한 시간을 보내지만 예기치 못한 이별이 이들을 기다린다(<친정엄마>). 짧은 줄거리에서도 짐작 가능하듯, 손수건 지참은 필수다.
두 공연은 캐스팅 역시 완벽하다. 본디 효도의 완성은 ‘자랑’이니까. <선녀씨>에서는 배우 선우용녀와 최수종이 엄마와 아들로 출연하고, <친정엄마>에서는 배우 강부자와 전미선이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춘다. 부모님은 “우리 딸이 극장 구경 데려갔는데, 그… 제목이 뭐더라…”가 아닌 “나 선우용녀하고 최수종이 봤잖어!”라는 명료하고 확실한 자랑으로 효도의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녀를 위한 선물=연극 <엄마 이야기>는 서울의 유일한 어린이 전용극장에서 공연되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밝고 명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을 떠난 아들을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엄마의 여정은 험하고, 죽음과 괴물 같은 캐릭터는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이는 작품을 위해 의기투합한 연극계 거장들-예술감독 김숙희, 연출가 한태숙, 배우 박정자의 의도. 이들은 아이들이 솔직한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고,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공연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이야기는 동명의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줄거리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지만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나이를 초월한다.
음악회 <아빠 사우루스>에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공룡이 등장한다. 공룡과 함께 떠나는 모험에는 전통악기가 동참한다. 공룡의 발소리, 방귀소리, 빗소리, 친구들의 재잘거림까지 표현해내는 국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국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어느새 사라진다. 객석에는 딱딱한 의자 대신 매트가 깔려 어린이들이 눕고 뒹굴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누가 챙겨주나=효도와 내리사랑도 좋지만 황금연휴를 맞아 자신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공연도 있다. ‘19금’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친구들과 함께 관람하기를 추천하는 공연. B급 컬트문화를 대표하는 영화 <록키호러픽쳐쇼>를 무대 위로 옮긴 작품으로, 40년 동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넘버와 관객과 배우가 함께 흔들어야 하는 중독성 강한 춤까지 더해져 흥이 넘치는 작품이다. 외계인이나 인조인간 등 4차원 캐릭터들의 등장도 재미있지만 훈남 배우들이 코르셋에 망사스타킹, 가터벨트, 하이힐까지 ‘망측한’ 차림으로 등장한다니 기대해도 좋겠다.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만의 지침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도 있다.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전두환 정권이 언론사에 강제했던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연극은 법정 안에서 해당 사건을 재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배경과 등장인물 사이의 촘촘한 관계가 흥미롭다.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 김주혁 역에는 배우 봉태규가 캐스팅됐다. 법정이자 광장이며 동시에 극장인 작은 무대 위에 쏟아지는 대사들이 한 줄 한 줄 뜨겁다.
△공연정보
▲연극 <선녀씨 이야기> 5.6-5.21,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5.19-5.28,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극 <엄마 이야기> 4.29-5.21, 종로 아이들극장
▲어린이음악회 <아빠 사우루스> 4.29-5.14, 국립극장 KB하늘극장
▲뮤지컬 <록키호러쇼> 5.26-8.6,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연극 <보도지침> 4.21-6.11, 대학로 TOM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