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기로서의 선생님

2017.06.02 08:38:59

6월이 시작됐다. 하늘은 더 맑아졌다.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다. 온 천지는 녹색으로 퍼져가고 있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호수와 같은 잔잔한 평강을 가져다 준다.


교직의 길을 걸을 때는 남다른 꿈이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삶이 좋아서 선택했을 수도 있고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좋아서 선택했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뭔가 보람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교직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잘한 일지지만 그렇다고 순탄한 길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교직의 길을 걸으면 교사라는 직분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교사의 직분이지만 그 직분이 너무 고귀하기에 옛날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꼭 사용했다. 이 호칭 때문에 어떤 때는 기분이 좋지만 어떤 때는 이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행동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기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만나고 싶은 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본이 되는 선생님이다. 그리고 자기의 앞길을 잘 이끌어줄 선생님이다. 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선생님 되도록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본보기로서의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데 어떤 면에 본이 되어야 할까? 도덕적인 면이다. 다듬어진 인격적인 면이다. 얼마 전 링컨 대통령의 구두를 닦는 일화를 읽었다.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비서관이 만류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말씀과 행동은 본보기가 되고도 남는다.


“그러자 대통령은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허, 자신이 구두를 닦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 자네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나?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임을 명심해야 하네." 그리고 비서관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천한 일이란 없네. 다만 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이네."


이 말씀 속에서 우리들에게 주는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다. 우리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교육공무원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면서 공무원답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 되지 애들로부터 권위를 얻기 위해 천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안 하려거나 감추려고 하는 것은 아님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


세상에는 천한 일이 없다. 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말씀은 우리 모두가 꼭 새겨야 할 말씀이다. 천한 일이 어디 있나? 특히 선생님이 하는 일이 천한 일이 있을까? 구두를 닦든 신발 정리를 하든 교실 정리를 하든 청소를 하든 이런 것들은 천한 일이 아니다. 선생님이 품위도 없이 그런 일만 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은 천한 마음, 천박한 마음을 가졌기에 이런 마음을 바꾸어주면 되는 것이다.


도덕적인 품성을 지녀야 하기에 수업을 마치고 밖에 나가도 부담되고 운전을 하는 것도 부담되고 식당에 가는 것도 부담되고 말하는 것도 부담된다.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본을 보이는 선생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생활을 하면 조금도 부담되지 않고 떳떳하게 생활할 수가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애들은 선생님을 닮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은 언제나 정직한 마음, 깨끗한 마음, 청결한 양심, 거짓 없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교직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고 교장 moon53k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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