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몇 년 앞두고 언론에 유행처럼 떠도는 특목고 폐지 문제에 현장 교사는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학교의 황폐화를 부르짖고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지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다. 새삼 이런 두서없는 말을 내뱉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학생에 대한 지도가 고도의 신의 한 수를 요구하는 묘수를 찾아내기 어려운 현장 교사는 특목고 폐지에 판도라의 상자에서 새로운 희망의 열쇠가 떨어지듯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폐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고에 새로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등의 말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에게는 우이독경에 지나지 않는다. 배우려고 하는 의사를 가지고 교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학생보다 교사의 이야기보다는 핸드폰과 잠자는 일에 더 귀 기울이는 학생이 늘어갈 때 교실은 이미 교육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학생이 귀 기울이는 수업을 해야 하고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지 못한 교사의 지도력 부재라고 지적할지.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어떤 것인가? 최근에 모 언론사 보도에 의하면 학생이 교사에게 비속어를 쓰고 폭력을 행사한 수가 해마다 증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엄연히 학교에 지도교사가 있는데. 교사가 학생을 벌주었다고 인터넷에 올리고, 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항의를 하고 변상을 요구하고. 아우성을 현장 교사는 수시로 보았다. 이런 사례는 어느 특정한 일반고에 한정된 일은 아니다. 학생이 숙제를 해 오지 않아도 교사가 그에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이 점수를 깎는 것 외는 다른 벌을 허용하지 않는 현 실상에서 학생들은 어떤 자세로 임할까? 점수를 꼭 받아야 되겠다고 선생님께 목매여 호소하는가? 과제를 잘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지 생각할까? 현장 교사는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까지 돌아오는 거리가 아름다운 관광지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기분이 아닌 상여가 나간 뒤 피로에 지친 사람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일반고 학사운영이 특목고와 달리 천차만별인 학생들의 수준을 어디에다 맞추어 운영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수준별 수업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그 결과물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실패로 끝나 버렸다. 교사의 부족이요, 교실의 부족이었고, 수준이 문제였다. 이런 방안이 실패로 거듭되는 동안 학생들은 어디를 갔나? 더 학원으로 나가 사교육이 판치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현장에서는 보인다. 자기주도학습도 자기 마음대로다 생각하고 학교 도서관이 있어도 사설 도서관으로 학원 도서관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말았다. 반면에 선생님의 관심은 학생에게 더욱 무관심으로 나타났고 주어진 시간이 되면 퇴근해 버리는 생계형 교사로 탈바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황폐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일반고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오랜 가뭄에 현장은 목말아 가고 있다.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지만 대학입시를 잘 치루기 위한 특목고가 지금 우리의 무대에서는 공연으로 내 보내야 할 특별 프로그램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을 가르치는 학교는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잘 구비되어야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이다. 많은 특목고, 이에 맞서는 비슷한 학교 출현 등이 일반고의 학사운영을 더욱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