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를 기다리며

2017.07.19 11:07:33

“선생님, g가 때리고 꼬집고 얼굴을 할퀴었어요.”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아이들의 원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엄마 아빠까지 학교로 찾아오고 빗발치는 전화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어 교감선생님과 주변 지인들에게 상담도 해보고 교육청 Wee센터에 상담을 의뢰해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원이 방문해 상담도 병행했다. 교실에서는 최근 생활지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했다. 아이들에게“친구가 내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해.”라는 바람을 포스트잇에 적게 한 후 전지에 붙이고 친구들 앞에서 <존중의 약속> 실천 서약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이기에 의미가 있었다. g가 처음에는 약속을 잘 지키는가 싶더니 며칠가지 못하고 이번에는 정말 큰일을 내고 말았다. 쉬는 시간에 피구를 하다가 자신의 아이가 g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CCTV열람을 했으면 했다. 오랜 학생부장을 했기에 CCTV 열람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렸더니 당장 열람을 하란다. 간신히 설득을 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러줄 것을 요청했다. 학폭을 여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g가 낙인찍힐 것 같아 걱정이 됐다. g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k(피해자) 부모님께 진정어린 사과를 할 것을 말씀드렸다. k아빠가 아침에 득달같이 달려오셨다. 상담실에서 차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임차원에서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도 CCTV에는 미련이 있었던지 정보공개청구대장에 열람신청을 해서 경찰관을 부르는 소동까지 벌이고 말았다. 역지사지해 k아빠의 입장이 돼보면 이해가 충분히 됐다. g의 괴물 같은 행동이 무성했고 실제로 상당수의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g가 보통 아이들과 같이 돌아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보며 교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g의 일탈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옷에 연필로 낙서를 하고 3학년 선배들에게 욕을 해서 대여섯 명의 여자 아이들이 찾아오는 등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나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짝의 머리를 때려서 아빠가 학교로 찾아오겠단다. 심지어 다른 반 아이들까지 괴롭혀서 옆 반 선생님 뵐 면목도 없었다. 계속되는 g의 일탈행동에 g엄마도 자포자기를 한 느낌이다. 엉엉 우시면서 자기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g를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왔다. 그것만은 바람직한 방법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교감 선생님과 Wee센터 상담원에게 문의를 해보니 공통된 의견이 g의 아빠를 만나서 상담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교무부장으로서 동료교사나 관리자를 볼 면목이 없었다. 집에 가면 괜스레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잠시 g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나도 이리 괴로운데 g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드니 g가 불쌍하고 가엽기까지 했다. 그래서 g에게 더 잘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또한 g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g를 이해하기 위해 HTP와 SCT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g혼자만 하면 어색할 것 같아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여러분, 지금부터 가족을 어항이라고 생각하고 어항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그려보세요.”라며 검사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g는 아빠를 큰 이빨을 가진 물고기로 표현했다. 그림을 잘 분석해보면 가족 중 아빠가 제일 무섭고 서열도 제일 위에 그렸다. 누나는 자기보다 밑에 그린 것으로 보아 누나보다는 자신의 서열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 사랑을 간구하는 메시지로 태양을 그렸다. 부모의 전폭적인 사랑이 필요한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

‘g의 아빠는 어떤 분일까?’궁금하기도 했지만 g의 엄마에게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Wee센터 상담원에게서 g아빠가 화가 나면 발로 걷어찬다는 얘기를 들었다. g가 학교생활에 재미도 느끼고 교우관계도 좋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마니또를 하기로 했다. 마니또가 누구인지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하루에 한 번 마니또에게 바르고 고운 말 쓰고 칭찬해주기, 일주일에 한 번씩 칭찬 편지 써 주기, 한 달에 한 번씩 마니또 사물함이나 책가방에 선물 넣어놓기 등의 이벤트를 했다. 또한 생일파티도 교우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생일 파티도 했다. 생일파티를 하는 동안 g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롤링 페이퍼에 생일을 맞이한 친구들에게 한 줄 정도의 격려 메시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g도 신이 났는지 적극 참여했다.
  
Wee 센터 상담원과 매주 미팅을 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Wee 센터 상담원과의 만남을 통해 알 수 있었다. g는 아빠가 화났을 때는 가정에서 대장이며 아빠가 무섭다는 것도 알게 됐다. g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감정 카드를 활용했는데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상담이 개입되면서부터 g의 교우관계도 많이 나아졌음을 상담원에게 전해주었다. g가 긍정의 변화를 보이는 것 같아 보람이 느껴졌다. 하루빨리 g가 평범한 아이로 돌아와서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조원표 경기 소안초 교사, 행복한교육 명예기자 cwp1114@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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