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사실 단순 나열 아니라
노력과정과 의미를 담아내야
수시원서 접수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작성에 한창이다. 처음 쓰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활동, 인성역량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이 클 것이다.
학생: 선생님, 자소서 써야하는데 너무 막막해요.
교사: 이렇게 생각해봐요.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던 모습을 자신만의 글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요.
학생: 학교생활의 참모습을 글로 보여주라는 의미군요. 그럼 혹시 자소서 쓰기 전에 생각해볼만한 것이 있나요?
교사: 처음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어요. 그렇다고 서두르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고교 기간을 돌이켜 볼 때 어떤 일에 열정을 쏟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점과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학생: 그런데 자소서 쓸 때 반드시 학생부에 있는 내용으로 써야하나요?
교사: 네. 맞아요. 자소서는 학생부에 기반해야 합니다. 평가자는 자소서의 학생 기록과 학생부의 교사 기록을 상호 연결하며 활동의 진정성과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학생부 기록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특성, 자질, 노력 등을 자소서로 보여줘야 해요. 학생부에 ‘무엇을 했다’를 썼다면 내용 보강 차원에서 자소서에는 ‘어떻게 했다’는 사례가 들어가면 좋아요.
학생: ‘구체적인 사례나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하라는 말씀인가요?
교사: 잘 이해했군요. 하나의 내용이나 활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되 그때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거죠.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같은 경험, 같은 수상실적이라도 특별히 노력한 과정이나 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으며, 왜 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는지를 나타내야 하는 거죠.
학생: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자소서 1번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교사: 그건 다음시간에 알려줄게요.
매년 이맘때면 교무실은 자소서를 봐달라는 학생들로 북새통이다. 학생들은 급한 마음에 자소서를 빨리 봐주기를 원하지만 필자의 경우는 먼저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어느 대학과 학과를 원하는지, 왜 그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고 싶은지, 전공과 관련해 교과와 비교과에서 어떤 심화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그 활동이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등을 묻는다. 이 질문에 대체로 대답을 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나름 학교생활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지적호기심을 갖고 탐구활동을 한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학생부에 기록돼 있다면 충분히 자소서로 풀어갈 소재가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자적인 품성을 가진 학생,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하려는 학생을 뽑고 싶어 한다. 이런 활동모습이 학생부에 기록돼 있고 입체적으로 보여지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순한 활동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한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자소서에 학급 임원을 했던 경험에 대해 ‘저는 부반장에 선출돼 매사에 열심히 했고 반장을 능가하는 부반장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면 어떤가? 이 글로는 학생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쓴다면 어떨까?
‘한 번도 학급 임원을 하지 못했던 저는 2학년이 돼서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부반장이라도 해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친구들끼리 ‘멘토-멘티’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매달 우수 멘토-멘티를 뽑아 시상, 격려하자 대부분이 동참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멘토-멘티 활성화로 우리 반은 타학급에 비해 수업태도도 좋아졌고, 학급성적도 향상됐습니다. 멘토 친구들도 가르쳐주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해줘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수정 내용을 보면 이 학생이 부반장으로서 무슨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잘 드러난다. 동기, 역할, 결과, 느낀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자소서에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미건조한 학생부에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평가자가 학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바로 자소서다. 최철규(학종혁명 저자) 대전 동방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