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활동적인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교사에게 체력,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기보다 더 친숙한 것이 있다면, 아마 목 아픔(인후통)일 것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버티지 못해 성대결절, 성대용종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목 건강에 좋기로 비교적 널리 알려진 한약재인 감초와 길경(도라지)의 바람직한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알아보자.
강력한 항염 작용 있는 ‘감초’
감초는 항염, 진해, 진경, 항바이러스 작용 등을 가진 약재다. 콩과 식물인 감초(Glycyrrhiza uralensis Fischer), 광과감초(光果甘草) 또는 창과감초(脹果甘草)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약으로 사용한다. 강력한 항염 작용이 있어 목 건강에 좋아 길경(도라지)과 함께 인후통에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감초를 달여 마시는 경우에는 반드시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감초의 약효성분인 글리시리진산(Glycyrrhizic acid)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글리시레트산(lycyrrhetinic aid)으로 대사돼 흡수된다. 그런데 글리시레트산은 반감기(체내에 흡수된 약효성분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10~30시간에 달해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용량과다로 인한 위(僞)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글리시리진산과 글리시레트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강력한 항염물질인 코티솔의 분해를 억제하는데, 코티솔은 신장에서 수분과 염분의 재흡수를 촉진한다. 이 때문에 장기간 감초 달인 물을 섭취하게 되면 과도한 체내 수분과 염분으로 얼굴과 손발이 붓고 혈압이 상승하며, 칼륨농도가 저하되는 위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감초와 작약으로 구성된 작약감초탕에 대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작약감초탕에 의한 저칼륨혈증 발생률은 3.0%(2139증례 중 64건)로 나타났다. 평균 복용기간은 42일이었으며 60세 이상의 연령에서 30일 이상 복용한 경우가 발병 건수의 81%를 차지했다. 따라서 고령자는 요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 1g 이상 복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골관절염 등의 염증성 질환에 처방되는 부신피질호르몬제(프레드니솔론, 하이드로콜티손 등), 진통소염제(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 호르몬제제(경구피임약, 갑상선호르몬제 등), 항혈전제(와파린 등), 칼륨함유제제, 감초 및 글리시리진산 함유제제, 고혈압, 심부전, 간경화 등에 처방되는 루프계, 티아지드계 이뇨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저칼륨혈증, 혈압상승, 부종 등이 유발되기 쉬우므로 하루 1g 미만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약처는 글리시리진산이나 감초를 함유하는 의약품의 경우, 사용상 주의사항을 통해 글리시리진산은 1일 최대 40mg, 감초는 1일 최대 1g 이상 복용 시 위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거담, 진통 효능 좋은 ‘도라지’
길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라지(Platycodon grandiflorum A. De Candolle)로,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담, 진통 등의 효능을 가지며 감초와 마찬가지로 인후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길경의 거담작용을 나타내는 약효성분은 ‘Platycodin D’라는 사포닌 성분이다. 사포닌은 적혈구를 용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경구복용 시 위에서 가수분해되므로 용혈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길경의 사포닌 함량은 년생이 증가할수록 줄어들고 길경의 껍질 외 부분보다 껍질(Cortex)에 사포닌이 약 1.8배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길경의 거담, 진통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1년생 이하의 것을 껍질을 벗기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 건강을 위한 감초·길경 활용법
감초의 약효를 충분히 나타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감초를 경구(입)로 복용하지 않되, 인후에 효과를 나타내도록 ‘가글’ 하는 것이다.
활용방법으로는 감초 20g을 칭량한 후, 분쇄해 달이면 유효성분의 추출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물 1.5리터에 넣어 2시간 정도 달이는데, 약 0.6리터까지 졸이면 된다. 졸인 감초물 추출물을 상온에서 식힌 후 냉장 보관하고 하루 동안 필요한 용량만큼만 휴대하면서 필요할 때 가글 하면 좋다. 1회 가글 용량은 약 30cc정도(감초1g에 해당하는 양)이며, 1분간 가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항염, 진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길경 또한 유효성분인 사포닌이 위장에서 가수분해되므로, 가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말린 길경 40g 정도를 칭량해 분쇄하며 용량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약 20g~100g 내에서 변동할 수 있다. 물 1.5리터에 넣어서 약 2시간 정도 달여 0.6리터까지 졸인다. 이때 사포닌 성분 때문에 거품이 생기므로 넘치지 않도록 가스 불을 조절해야 한다.
졸인 길경물 추출물을 상온에서 식힌 후 냉장 보관하고, 마찬가지로 1일 필요한 용량만큼만 휴대하면서 필요할 때 가글 하면 된다. 1회 가글 용량은 약 30cc정도(길경 2g에 해당하는 양)다.
일과 중 목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잠시 시간을 내 감초 또는 길경 달인 물로 목을 가글하는 것을 권한다. 하루 1g 이상의 감초 섭취는 지양하면서도 감초와 길경의 약효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초와 길경으로 구성된 처방인 ‘길경탕’ 과립(한방의약품)을 한방 약국(한약국)에서 구매해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약재 구매 시 주의할 점은 마트와 약령시 등에 유통되는 비포장 한약재는 식품용이라는 점이다. 성분함량과 중금속, 잔류농약 등의 관리 기준이 의료용 한약재(한약규격품)보다는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약재로 치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가까운 한방 약국에서 한약사의 복약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정품 한약재를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안전하다.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