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자립교육이 절실하다

2017.09.11 09:18:04

인간의 삶은 항상 불안정 하고 불확실 하다. 단지 내일도 기대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오늘 하루도 걱정없이 살아가고 있다. 나라는 인간은 삶의 여정에서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합리적이며 냉철하게 생각을 한다고 하지만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공부를 많이 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인생의 마지막이 행복하게 끝나는 것도 아님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있다. 누가 가난하기를 바라며 하류 인생으로 취급받기를 원하겠는가? 이처럼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어스름한 빛 속에서 잠이 깬다. 냄비에 남은 밥으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약을 한 줌 입에 털어 넣는다. 약값이 비싸 처방받은 약은 절반만 먹는다. 전달 통장 잔액은 확인해보니 20만엔(약 200만원)이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돈이 바닥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 '얼른 나를 데려가줘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이글은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다. 일본에서 올해로 13년째 빈곤생활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활동 중인 후지타 다카노리 홋토플러스 대표가 그의 저서 '2020 하류노인이 온다'에서 묘사한 노인 빈곤층, 하류 노인의 생생한 모습이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빈곤 노인 문제는 심각하다.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하다,  일본은 사회보장제도가 우리보다 잘 돼 있다. 우리가 기대했던 대가족제도는 빠른 핵가족화로 인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한다는 것은 옛말이 돼 노숙자로 전락하는 한국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복지상 문제가 없는 나라는 아니다. 일본에는 약 700만명에 달하는 하류노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 빈곤율은 46.9%로 절반에 육박했다. 후지타 대표가 예언한 '하류노인 시대'가 한국에서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하류노인은 말 그대로 보통 생활이 불가능해 '하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노년층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생활보호 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거나 그렇게 될 우려가 있는 고령자다.


하류노인에게는 3가지가 없다. 그것은 바로 수입과 저축, 그리고 의지할 사람이다. 수입이 없기 때문에 최저 수준의 삶을 영위하고, 충분한 저축이 없어 항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이 닥치면 치료가 어려워 생존 자체가 위험해진다. 이런 어려움에 처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탓에 하류노인 중 상당수는 외로움에 시달리다 고독사하거나 그렇게 될 우려가 크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은퇴 전에 다른 사람과 똑같이 평범하게, 비교적 높은 월급을 받던 직장인이나 화이트칼라 근로자도 노년에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원이던 현역 시절 씀씀이를 은퇴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다 빈곤에 빠지거나 예기치 않은 질병으로 저축을 모두 탕진한 경우도 있다. 평소 금전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노후 대비 자산을 쌓으며 건강 관리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상황을 예방하는 등 개인 차원의 준비도 중요하다.


하류노인은 단순히 '노인'에게만 한정된 개념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부모가 중증의 질병을 겪거나 경제적 어려움 탓에 하류노인이 되면 이를 지원하는 자녀 역시 똑같은 길을 밟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하류노인 증가가 젊은 층의 소비 기피와 저출산을 유도해 결국 사회 전체가 경제적 활력을 잃어버리고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하류노인 문제는 고령자뿐 아니라 모든 세대와 관계된 국가적인 과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노인 지원책과 함께 육아비를 지원하는 등 젊은 세대를 지원하는 대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하류노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을 뜻하는 공조(公助), 사회공동체가 노인요양에 함께 나서는 공조(共助), 노인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는 자조(自助) 등 '3조(助)'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정부가 의료와 연금 등으로 노후를 100% 책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취약점은 가계 빚 증가와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는 자식 교육에 올인을 해 한달에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도 많다. 과연 이렇게 특별교육을 시킨다고 교육이 잘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처럼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도생을 위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공교육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만일 공교육이 잘 못돼 있다면 이를 잘 관찰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참여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왜 공교육에 그 많은 세금을 들이면서 따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질문해야 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중이다. 과거의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단순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 인공지능이 결합된 기술은 세무사, 회계사, 기업분석가 등 전문직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할 뿐 아니라 자동차 차체까지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때문에 지금 일자리의 절반 가량이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창의적인 분야,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 미래에 살아 남을 직업을 예측해서 대응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10년, 20년 후에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로이 부각될 것인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관리를 잘 해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시장'이다. 이 시장을 잘 예측하고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하류노인이 무엇인가도 가르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꾸려나갈 수 있도록 자립하는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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