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라오서의 <낙타샹즈>를 활용한 수업

2017.11.01 09:00:00

성실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열정 페이’라는 이름으로 홀대하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게도 장기화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자신의 실력과 다양한 경험을 쌓아도 취업을 하기가 힘든 젊은이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십 만의 청춘들이 노량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기성세대들 중 일부는 열정과 도전 정신이 부족하여 편한 것만을 찾으려 한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성실함만으로 해결이 되는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열정만을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다.


라오서의 <낙타샹즈>는 1900년대 초 근대화의 길목에 있는 중국의 이야기다. 젊은 세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100년 가까이 지난 중국 소설을 들고 나온 이유가 뭘까? 중국의 근대 소설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너무도 잘 알려진 루쉰의 <아Q정전>이나 최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의 <개구리>, 그리고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라오서의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은 개인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한 시대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개인의 감정과 내적 고민의 섬세한 묘사를 담고 있는 우리와 일본의 문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거대 서사 속에서 시대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는 중국 소설은 그 시대의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여 당대의 문제를 투영시켜 보여준다. 성실하게 인력거만 끌면서 살고자 한 샹즈는 시대에 의해, 사람에 의해 파멸하게 된다. 그러한 샹즈의 모습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대가 갖 고 있는 모순에서 비롯된다. 극단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다양한 논의가 가능한 샹즈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낙타샹즈> 줄거리 살펴보기 

샹즈는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기 인력거를 산다. 조실부모하고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살아온 이 젊은이는 바로 그 날, 인력거를 마련한 날을 생일로 정했다. 특별한 날, 새로운 인생의 서막이 열리는 날이었기에. 그러나 전쟁은 일상의 모든 것을 전복시키고, 샹즈는 병사들에게 인력거를 빼앗긴다.


병사들에게서 탈출하면서 그는 낙타 세 마리를 가져온다. 그 후 샹즈는 '낙타'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그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위해 사상을 받아들이고, 다시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팔며, 순결했던 자기 영혼을 극단의 파국으로 몰아가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깊이 들춰보기

▶ 굴곡된 인생

샹즈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좋은 일과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거를 자신 있게 밀며 자부심을 갖던 샹즈는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자기 뜻대로 되는 것 하나없이 꼬여만 간다. 우리가 문학 속에서 등장인물의 삶을 함께 따라가며 느끼는 감정은 때론 공감일 것이고, 때론 동정과 비난이 될 수 있다. 그의 인생을 통해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는 분명 매우 크다.


▶ 삶의 방식과 지향

작품 속에는 각기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충돌한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샹즈와 이를 비난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내세우는 인물들이 있다.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과 사회 운동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인물, 그리고 그 안에서 부정을 저질러 파멸하는 인물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제시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갈등과 충돌의 과정은 작품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 사회적 모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작품은 거대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 자체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근대화 과정에서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는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성실함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답을 주고 있다. 사회의 모순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지만 작품에서와 같이 개인과 사회의 불일치 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시대를 초월해 그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수업 속으로

앞서 언급한 중국 작품들과 연결해서 살펴봄으로써 중국문학의 특징과 서사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소재 차원에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비극적 인생을 그리고 있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두 작품을 연결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으로 확장하기

샹즈의 타락 원인을 찾아보는 쟁점을 통해 다층적인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이 주제는 토론 지도 양성과정에서 문항으로 활용될 만큼 검증된 문항이라 할 수 있다.


 쟁점

 샹즈의 타락과 실패는 작품 속 등장인물인 후니우 때문이다.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 샹즈는 성실하게 인력거를 몰고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꿈을 훼손당하게 된다.


 찬성  

   반대

 샹즈를 남편으로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 후니우의 행동 이후 샹즈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고 결국 타락하게 된다.

 후니우의 잘못도 있지만 샹즈의 타락은 사회적인 관점 내지는 샹즈 개인의 문제가 훨씬 크며 오히려 후니우는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이 쟁점은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내용이다. 작품 전체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문항으로 지도에 앞서 작품을 정독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찬성 입장에서는 작품 내용을 중심으로 인과관계 설명이 가능하다. 반대 입장으로 접근할 경우 자신의 주관 없이 쉽게 흔들리는 샹즈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두어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논술문항지

다음은 <낙타샹즈>의 주요 쟁점인 ‘샹즈의 타락과 실패는 작품 속 등장인물인 후니우 때문이다’에 대한 토론의 일부다. (가), (나)를 잘 읽고 논제에 맞춰 논술하시오.


(가) 후니우는 샹즈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분명 거짓말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 거짓말 때문에 샹즈의 인생 전체가 타락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후니우가 억지로 밀어붙였다고 해도 결국 후니우와의 결혼을 선택한 것은 샹즈 본인입니다. 샹즈에게 어쩌면 후니우 는 자신의 하류인생을 탈출할 수 있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라 생각한 것입니다. 후니우는 결혼 전에도 끊임없이 인력거 일을 하는 샹즈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인력거 임대 사업을 하자고 설득도 많이 했고 돈을 버는 다른 방식도 알려주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샹즈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인력거에 집착하며 후니우에게 애정 한번 주지 않습니다.

후니우는 사랑하는 샹즈를 위해 돈이 많은 아버지와 의를 끊고 샹즈를 위해 자신의 인생과 돈을 다 포기합니다. 아픈 샹즈를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하여 구했습니다. 그러나 샹즈는 자신의 아이를 가져 죽음에 이른 후니우를 살리는 데 20원이 든다는 소리를 듣고 “어차피 죽을 사람이면 죽는 걸 기다릴 수밖에”라고 하면서 외면해 버립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후니우 때문입니까?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샹즈, 점점 기회주의자적인 샹즈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돈’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선택한 후니우는 오히려 샹즈보다 순수한 사람입니다.


(나) 샹즈는 결혼 전에는 근검, 절약, 성실했던 사람입니다. 샹즈는 결혼 후에도 인력거를 끌면서 계속 일했고 병을 얻어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그래도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샹즈는 이 모든 돈을 후니우에게 주었습니다.

샹즈가 변화를 거부하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샹즈는 자신이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을 뿐입 니다.

하지만 후니우는 그 돈으로 주전부리를 일삼았고 샹즈가 늦게 오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면 물건을 더 많이 사댔습니 다. 결국 남은 돈 7, 8원으로 신당 할머니를 불렀지만 후니우는 뱃속 아이와 함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후니우의 잘 은 샹즈가 벌어다 준 돈을 저축하지 않은 것입니다. 차라리 주전부리 사 먹을 돈으로 저축을 했더라면 병원에 가서 순산했을 것입니다. 수적천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쌓이면 큰 것이 되고 큰 힘을 발휘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후니우의 죽음 이후에도 샹즈에게 더 많은 돈이 수중에 있었더라면 다시 비참한 삶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후니우의 적은 돈을 무시한 생활 습관이 결국 샹즈를 나락에 떨어지게 만들었고 타락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 논제  (가), (나)를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분류하고 각각의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비교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술

하시오.


 Tip 

이 논제는 실제 토론을 지문으로 옮긴 것으로 토론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제시문 (가)는 샹즈의

타락을 샹즈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여기에서 나아가 후니우는 희생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시문 (나)는 찬성 측 입장으로 작품의 내용 분석에 충실하고 있다. 근거 역시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을 쓸 때는 타당한 근거를 본문에서 찾아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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