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 교육, 현실 여건과 국민 담세율 고려 점진적으로

2017.11.15 09:39:59

교육 복지의 정치적, 포퓰리즘식 접근 경계해야

최근 교육부와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는 제1회 교육복지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4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개최된 이 포럼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필요하고, 아울러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비 항목별 적용을 기준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즉 고교 무상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실행에는 고교 항목별 적용을 기반으로 단계적ㆍ점진적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사실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교육복지공약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등록금(입학금과 수업료)를 비롯하여 교과서비, 급식비, 학교운영지원비 등을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적용하여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이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관건은 재원 조달과 그 방법이이다. 추산액으로 연간 최대 2조4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관련 법령을 우선 손질하는 게 순리다. 
  
최근 유치원ㆍ어리인이집 누리괴정 예산 파동에서 보듯이 국고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매년 관련 재원 조달을 놓고 부처 간 갈등과 대립이 반복돼 안정적 재월 조달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외에도 정치인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제기한 다양한 '무상.무료' 포퓰리즘식 복지 정책과 공약이 오히려 진정한 복지 정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육복지정책은 안정적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고교 무상교육을 안정적으로 실행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비율을 현재 내국세의 20.27%에서 25.27%로 올리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코 단기간 내에는 고교 무상교육 실현이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비율을 조정해야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적용방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단계별 적용방식은 2020년부터 3년간 적용하고자 하는데,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제시되는 안은 학년별(1→3학년), 지역별(읍면→도시지역), 항목별(입학금·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수업료) 등이다.
  
오래 전부터 수월성과 평등성이 갈등 의제인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성장과 분배는 늘 평행선을 달리는 미해결의 난제다. 복지 역시 분배에 한정돼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 복지 역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 무료로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재원 조달에는 각양각색 백가쟁명인 난무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모 후보가 ‘증세 없는 복지 증대는 허구다’라는 주장을 하여 호응과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모든 복지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교육 복지 역시 무상, 무료로 시행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증세에 대한 담세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귀착된다.
  
흔히들 교육 복지는 포함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과 같이 사회 복지가 확립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성공 모델로 들지만, 이들 국가의 담세율이 30-40%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담세율은 평균 15% 정도인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위정자들이 대중영합주의인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초ㆍ중학교에 이어 고교까지 무상 교육이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당연한 지향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국가 재정과 담세율 조정도 없이 강행한다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고교 무상교육을 ‘당연히 지향해야 하지만, 여건을 고려하여 차근차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복지 증대가 정책의 기본 기조다. 하지만, 그 복지 증대는 재원 증가를 수반하고 그것은 곧 예산 증가를 거쳐 국민들의 담세(납세)로 귀결된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반 세기 전까지 천연자원 등이 풍부하여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 살던 필리핀, 멕시코, 그리스 및 남미 여러 나라 등이 현재 국가적 디폴트(default)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제1회 교육복지정책포럼이 고교 무상 교육 등 장기적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과 지향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 아울러 분명히 고교 무상교육을 포함한 교육 복지 내지 사회 복지 정책은 미시적ㆍ단기적 접근이 아니라 거시적ㆍ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인드르이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 복지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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